뜻밖의 임신

5.21 정말 뜻 밖의 소식이 찾아왔다.
가임기 임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아 몰라 될대로 되겠지’ 하며 약간은 반쯤 놓아버린투로 슥 있던 짝궁의 몸에서 ‘설마?’ 하는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이러면서 집에 있던 임신 테스트기를 한번 찍어봤는데..

‘어라’

이게 두줄은 두줄인데.. 애매하다 희끗희끗한 두줄…
일단 병원에 가보자. 애매하지만 피검사 해보면 알 수 있겠지 싶어 병원을 방문했다. 다행이 토요일이라 병원문은 열려있던터.. 희끗한 두줄에서 짐작 했다 시피 초음파 할 단계는 아닌상황. 일단 피를 뽑아 검사를 하고 월요일에 결과를 알려준단다..

5.23 기다리던 피검사 결과.
수치는 좀 높긴 하나.. 너무 초기라 명확하지 않다는 답변. 금요일이나 토요일쯤에 다시 한번 피를 뽑아 검사하자는 이야기가 왔다. 역시나.. 점점 더 진해지지 않을까 싶어 임신테스트기는 일요일인 22일에 한번 더 한 상황.. 뭐 그게 극적으로 하루사이에 진해 지겠나 싶긴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조금은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하는 짝궁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5.30 피검사 한번 더.
퇴근까지 기다리기 힘들었던 짝궁은 27일 (금요일) 출근하면서 병원에 들려 채혈을 하고 갔다. 근데 신기한건 일자를 따지고 계산해보면 이제 막 착상했을거 같은 시기인데 임신 초기증세가 벌써 나타난다. 체온도 그렇고 멀미하는것도 그렇고.. 예전엔 안이랬던거 같은데. 이와중에 장모님이 태몽을 꾸신거 같다는 이야기를 해오셨다고 한다. 오.. 이번엔 느낌이 괜찮은데?

무튼 검사 결과는 임신인걸로 .. ㅎㅎ
일주 뒤면 초음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왔다.

6.3 첫 초음파
오후 반차를 쓰고 이른 운동을 한 후 집에서 퇴근한 짝궁과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첫 초음파..

첫 초음파

아기집이 1cm도 채 안되는 크기인데 다행스러운건 어렴풋이 난황이 보인다는 것 이었다. 이전에 난황이 안보여 슬프게도 계류유산을 했었던지라 이날 슬쩍 보이는 난황의 존재감이 더 컸던거 같다 ㅎㅎ 열흘뒤면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을거란 이야기를 듣고 기분좋게 병원을 나섰다. 임신 소식 일단은 양가 어머님께만 드리는걸로 했다.

6.13 두번째 초음파
긴긴 열흘이 지나갔다. 특히나 주말쯔음에는 갈색혈이 비친다고 짝궁이 불안해 했다. 내가 해줄수 있는건 옆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해 주는것 뿐인데 딱히 도움이 되진 않는 듯 하다.. 뭐 사실 나만 해도 나 혼자 스트레스 받고있는데 옆에서 이런저런말 해 줘봐야.. 나 스스로가 안정되지 않아 딱히 효과적인건 없었긴 했지만..

무튼 주말이라 병원을 가 볼수도 없고 여차저차 해서 월요일 휴가를 내고 아침일찍 병원을 찾아갔다. 질초음파를 하는 관계로 난 같이 들어갈 수 없으나.. 짝궁이 먼저 들어가고 난 다음 간호사가 날 부른다.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설마?’ 싶어 들어갔는데 초음파에 심장소리가 들린단다..

두번째 초음파

짝궁도 주말에 고생했던걸 생각났는지 눈물이 찔끔한 상황 ㅎㅎ 산모 심장소리가 커서 심장소리 찾아 듣는게 쉽지 않았던가보다.. 긴장했겠지.. 저번일도 있고 ㅎㅎ 기분 좋게 이것저것 검사할 거리 준비하고 임신확인증과 산모수첩을 받았다. 나온김에 보건소 들려 엽산제도 받아보러 가서 받고 점심도 먹고 조금 돌아다니다 집에왔는데.. 어라? 보건소에서 준게 엽산이 아니고 철분제다..ㅋㅋ 이런.. 다시 빼긴 애매하고 그냥 뒀다 먹는걸로..

그렇게 집에 갔다가 나는 슬슬 운동하러 가고 짝궁은 쉬려 누워 잠을 청했다. 저녁은 마파두부를 하기로 해서 운동끝나고 마트들려 대파를 한단 사고 뭐 더 필요한건 없나? 하고 통화를 하던 찰나.. 심각한 짝궁의 말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온다.

피가 묻어나와요.. 빨간색피..

갈색 혈도 아니고 빨간색이라니.. 순간 머리가 싹 하얗게 되었다가 정신차려서 얼른 계산을 끝내고 차를 급히 몰았다. 집에가서 얼른 차에 태우고 다시 병원으로 급하게 출발.. 하루안에 두번째 방문이라니 직원들도 놀란 눈치.. 피가 묻어나온다고 이야기를 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간호사가 지나가다 나를 보고 ‘괜찮으니 너무 걱정마세요’ 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초음파상에 피고임도 없고 임신낭이나 심장 다 정상이라고 했다. 그럼 출혈은? 안보일정도로 적은양이 나와 묻어있던게 좀 흘렀던거 같다던데.. 지금은 안나온단다. 일단 출혈이라는게 좋은 상황은 아닌지라 가능하다면 회사를 쉬며 안정을 취하는게 좋다고 했단다. 절박유산 진단을 끊어주더라.. 다행히 사무실에 별 다른 큰 업무는 아직 없는 상황인데.. 마음이 아직 안정이 안되는지 회사에 직접 연락하면 눈물이 날거같다고 해서 내가 대신 연락드렸다. 이것저것 편의를 많이 봐주시는 편인데 고맙게도 일주일정도 쉬라고 해주신다.

현재 짝궁은 침대, 안락의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쉬고있는중. 왜 이리 쉽지 않은지.. 라며 푸념하는데 사실 처음이라 쉽지 않은게 맞는거같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스트레스고..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라 우왕좌왕 하기도 하고.. 무튼 일단은 이번주 푹 쉬며 속에있는 작은 친구가 얼른 자리잡기를 바래본다. 태명은 엄마아빠를 여러모로 ‘심쿵’ 하게 만들어서 뭐 다른 적당한게 없으면 심쿵이라 지을까 한다.

심쿵아 얼렁 튼튼해져라~

글쓴이: fomalhaut

제주를 좋아하고 별을 사랑하는 소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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