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24_1100고지

밤중 사진을 찍은지가 언젠지 가물가물 해져서 간단하게 장비를 챙겨서 야경이라도 찍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게.. 기왕 나가는거 챙겨보자 해서 10인치 망원경을 제외한 나머지 풀 구성으로 집을 나섰다.

하늘 상태가 썩 좋은편은 아니었으나 구름 사이사이로 간단하게 찍을 대상 들이 있을거 같아 멀리 가지는 않고 만만한곳인 관음사를 가봤는데 여긴 요새 캠핑 성수기라 그런지 캠퍼들이 제법 된다. 인근 탐라교육원 주차장을 가니 건물에 조명이 들어와있고.. 한울누리공원 주차장을 갔는데 여긴 괜찮겠다 싶지만 오늘은 왠지 꺼려져서 1100고지 휴게소로 향했다. 기왕 가는거 해발고도 높은곳도 갈겸..

삼각대 수평 맞추고 적도의 얹고 다시 수평 잡고.. 무게추 달고 주경 가이드경 올리고 무게중심 잡고 하니 이미 20분이 후딱 지나갔다. 극축 정렬하고 3스타 얼라인을 하고나서 간단하게 트래킹 테스트겸 얼라인할때 잡았던 카펠라를 대상으로 2분 노출을 주고 찍었는데..

‘많이 흐른다’ -_-

불길한 예감이 뒷덜미를 타고 슥 흘러 내려 가는데 일단 적도의에서 지원하는 polar align을 해보기로 했다. 베가는 휴게소 건물에 가려 안보이는 상황이라 백조자리 sadr를 잡고 polar align을 시도하는데 대상이 까마득하게 멀어진다.. (나 뭘 보고 극축정렬 한거니?)

파인더를 봐가며 polar align을 이용해서 극축 정렬 수정을 두세번 하고나니 이제야 극축정렬이 좀 되었다. 도합 대략 한시간을 소비했던듯 하다 -_-.. 이미 찍으려던 대상은 서쪽 너머로 져버린 상황.. 게다가 달도 뜨기시작했다.

별수 없지.. 이러면서 겨울철 국민대상들을 새로운 카메라 경통에 물려 테스트도 해볼겸 도입하고 가이드캠으로 오토가이드 하려던 찰나.

Mac OS Sierra를 업데이트 했더니 잘 되던 XServer가 말썽이다 -_- 라즈베리파이에 물려서 lin guider 윈도를 맥으로 띄워야 하는데 XServer에 붙을수 없단 메시지가..

콘솔로 강제로 xhost를 열고 클라이언트에서 XServer를 지정해줘서 겨우 구동.

이 화면 보기까지 정말 수많은 삽질을 했다

이제 정상적으로 촬영을 하는데.. 시간도 많이 흘러서 디테일하게 촬영하진 못했다. 그냥 나왔다는데 의의를 둬야지 뭐..

M42 오리온대성운

첫 대상은 오리온벨트 아래에 있는 겨울철 대표 성운이자 무지 밝아서 대충 찍어도 평균은 나온다는 M42 오리온대성운. 지구에서 1600광년정도 떨어진 발광성운이다. 맨눈으로도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을정도로 밝고 큰 대상중 하나.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가 폭발하면 오리온자리에 성운이 하나 더 추가 되겠지.. 내 생에 볼 수 있긴 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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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C869, NGC884 이중성단

두번째 대상은 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자리 근처에 있는 이중성단. 사실 일반 카메라 렌즈로는 몇번 담겼던 대상인데 워낙 광각이다보니 존재만 확인 할 뿐 디테일한 사진은 없었다. 산개 성단 두개가 이웃해 있는 성단으로 각각 지구에서 7600광년, 6800광년 떨어져 있다.

성단의 나이도 역시 각각 560만년, 320만년. 맨눈으로 보기는 힘든 대상이나 7배 정도 이상의 쌍안경으로 보면 가운데 별이 조밀하게 흩뿌려 놓은듯 한 부분이 두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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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5 플레이아데스 성단

마지막 대상은 황소자리 부근에 있는 플레이아데스 성단. 좀생이별이나 일본의 스바루 로 알려진 성단인데 맨눈으로도 ?모양의 성단이 보인다. 서양문화권에서는 맨눈으로 구분되는 별 9개에 그리스신화 7자매와 그 부모의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지구에서 444광년 떨어져 있고 나이는 7500만년 ~ 1억5천만년 사이로 추정된다.

간만에 천체사진 장비들을 들고 나가니 불필요한 시행 착오들이 있었던거 같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세팅 전체를 3~40분 이내로 하고 바로 촬영 들어가서 최소한 다크프레임이라도 찍어야 하는건데 조금 아쉽긴 하지만.. 뭐 일이 아닌 취미니 이럴수도 있는듯 하다.

담번엔 작정하고 한번 한울누리공원 주차장을 다시 가봐야겠다.

장마 그리고 별

여름철은 은하수의 계절이다. 하지만 반대로 여름은 별을 보기에 좋은 계절이 아니다. 낮이 길고 밤이 짧은 여름은 우선적으로 별을 볼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오후 7시가 넘어 8시가 다 되어가도 하늘엔 아직 빛이 어스름하게 남아있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여름철 습한 기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표적으로 오호츠크 해 기단과 북태평양 기단이 세력싸움을 하며 생기는 장마전선이 있다. 두 기단 다 습한데다 온도차이가 있어 (오호츠크 해 기단은 저온, 북태평양 기단은 고온) 공기중의 수증기를 많이 포함하게 된다.

밤하늘은 화려하나 밤시간이 짧은건 둘째치고 하늘이 좋은때가 손에 꼽힌다. 이런 조건에다 월령까지 맞춰야 하니 이쯤되면 별보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인 수준..

집에서 바라본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집에서 바라본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간혹 ‘오 날씨가 좋네’ 이러고 사진을 찍어보면 이렇게 옅은 구름이 껴있는 경우도 많다. 옅은 구름이 필터 역할을 해줘서 나름 운치있지만.. 장비 바리바리 챙겨들고 나가서 촬영 혹은 관측하려는데 하늘이 이래버리면 허탈해지기 마련이다. 이럴꺼면 대충 챙겨나가지..

요즘이 딱 그 시기이다. 장마전선은 우리나라에서 얼쩡대고있지.. 태풍은 간만 보고있지.. 차라리 태풍이라도 하나 슥 지나가주면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가면서 날씨라도 개게 된다. 습하긴 하지만 하늘이 화창하면 습기야 대처를 하면 되니 그정도는 뭐..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그래도 1호 태풍이 북상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도 세력을 확장했는지 요사이 그래도 나름 괜찮은 하늘을 보여줬다. 그 태풍은 대만을 지나 살아남지 못해서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은 세력이 축소되고 장마는 남하했지만…

지는 봄철 별자리들
지는 봄철 별자리들

그때 보여줬던 날이 대략 이 정도 였다. 남쪽 서귀포는 다습한 공기때문인지 안개와 구름이 가득했고 북쪽 제주시는 이 공기가 산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며 생기는 푄현상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건 남쪽 하늘인데.. 아무래도 여름철 제일 화려한 부분이 남쪽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근처이다보니 이쪽을 보지 못한다는게 아쉽긴 했다.

그러다 며칠 뒤 반가운 하늘이 찾아왔다. 습도가 좀 있긴 하지만 집에서 맨눈으로도 은하수를 분간 할 수 있을 정도의 하늘이 되었고 짝궁의 허락을 받아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고 나갔다. 늦은밤에 나간터라 멀리 나가지는 못하고 돌문화공원 주차장을 찾았다가 장비 펼치고 세팅 하는데 시간걸리는게 부담되어 망원경은 펼치지 않기로 하고 별자리 촬영 할만한 장소로 다시 옮겼다.

푸른하늘 은하수
제주 마 방목지 은하수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중산간 도로 중 5.16 도로변에 보면 말을 방목하는 곳이 있다. 그곳엔 말 구경을 하라고 테크로 깔아놓은 전망대가 있는데 지나다니는 차가 좀 있긴 하지만 그곳에서 촬영을 해보기로 했다.

산간이라 꽤나 습하긴 했지만 하늘은 좋았다. 욕심같아선 차에서 망원경도 꺼내고 세팅해서 찍고 싶었지만 습한 이슬들이 내리는데다 펴고 세팅 하는데만 30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포기했다.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부근

여름철은 이런 맛에 나가는듯 싶다. 적도의에 망원경을 얹고 성운등을 촬영하는 맛도 좋지만 이렇게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간이 적도의 만으로도 은하수의 밝은 부분을 촬영 하고 여기서 각각의 대상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말들과 함께 밤하늘을 보고있으니 간만에 별을 보며 힐링하는 느낌이 난다. 짝궁이 입덧만 하지 않았어도 함께 나와 보는건데 아쉽다. 이번 페르세우스 유성우 시즌은 월령이 좋지 않던데..

IMGP7560
떠오르는 가을철 대상

가이드 촬영을 조금 하고 장비를 접고 나오는데 가을철 대상들이 동쪽으로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었다. 다시 장비를 세팅하긴 귀찮고 해서 세워서 그냥 짧게 촬영만 해봤다. 배경과 어우러지는 맛이 있는 촬영이다.

방송 중계탑 위쪽으로 플레이아데스 성단(M45) 그 위쪽으로는 희미하지만 안드로메다 은하(M31)도 찍혔다. 클릭해서 큰 이미지로 보면 구별이 가능 할 듯..

올 여름은 장마도 오래 가고 하늘이 화창한 날이 손으로 꼽을정도로 참 적은듯 하다. 남은 날이라도 좀 좋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