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D+7 심쿵이 일기에서 소담이 일기로

2017.02.02. 병원방문

지난번 병원방문때 이야기를 나눈것처럼 유도분만을 하기 위해 예정일에 맞춰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9시에 입원수속(이랄건 딱히 없었지만)을 하고 대략 10시쯤 분만실이 있는 공간으로 가서 옥시토신 (분만 유도제)이 섞인 수액을 맞기 시작했다. 아직 병실이 나온데가 없어선지 분만실 옆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밖에서는 제왕절개를 하기 위해 들어온 산모 및 그 가족들도 있었다. 수술실 들어가고 얼마 있지 않아 ‘으앙’ 하는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수술을 하면 저리 빨리 출산 하는구나’ 싶었지만 회복도 빠르고 본인은 미음싫고 출산하면 바로 밥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기로 했다. 그런 사이 병실이 나왔고 병실로 이동하여 내진을 하는데 20%정도 진행이 되었다고 한다.

14:40
진통 주기가 대략 2분 30초쯤 되는듯 했다. 그래도 아직 진척은 딱히 되고 있지 않는 상태. 양가에 입원했다 알리긴 했지만 처가에서 오는 시간이 그래도 좀 걸려서 아직은 오지 마시라고 한 상태. 슬슬 진통의 세기가 세져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15:35
슬슬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 될 듯 한건지 무통주사 카테터를 삽입해두었다. 바로 맞을까도 했는데 일단은 좀 더 견뎌보고 나중에 주사 연결을 하겠다고 했다. 진통은 꽤 있어 보이는듯한 모습이었지만 아직은 참을만 한가보다.. 이때 양수가 터지기 시작하였고 장모님께 출산하면 오시라고 했던 산모가 이젠 와도 될거같다며 연락을 했다. 병원 관계자들 말로는 초산 치고는 진행이 빠른편이라고 했다.

15:50
내진결과 40%진행이 되었다고 한다. 슬슬 본격적인 준비를 하려는지 산모 관장을 진행했다. 약을 주입하고 5분가량 참고 있다 볼일을 보라고 하여 그리 했는데 진통이 겹쳐서 매우 힘들어 했다. 화장실 들어가서 한참을 있다 나왔는데 일어나는게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진통이 오면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 어금니 물고 참고 있는 표정이 보인다.

16:30
진통이 심해지자 무통주사를 달아달라고 하여 달았다. 약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진통이 좀 덜한 모양이다. 허리로 느껴지는 진통까지는 어찌 할 방법이 없다고는 하였는데 일단은 배로 오는 진통이 덜하니 좀 괜찮아졌나보다. 이후 퇴근하신 어머니가 왔고 그 후엔 서귀포에서 장모님도 넘어오셨다. 태동 검사기를 계속 달아서 태아 심박과 진통을 함께 모니터링을 쭉 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위 말하는 ‘무통천국’ 이 지나가고 본격적인 허리 진통이 시작되었다. 복부로 느껴지는 진통 역시 있을듯 하지만 허리 진통이 더 아픈지 계속 허리가 아프단 이야기만 했다.

태동검사기 왼쪽 수치는 태아 심박수 우측은 자궁수축 정도를 나타내는듯 했다

아직까지는 심쿵이가 많이 내려오지도 않았고 문도 많이 열리진 않은 상태로 계속 추이를 지켜보자고 했다. 분만해줄 원장님이 다녀가는데 그래도 오늘 안에는 분만 가능할거 같단 이야기를 하시고 가셨다.

21:30
무통주사 맞던게 끝나서 이제 본격적인 진통을 느낄때가 되었다. 그와 함께 조금 이르긴 하지만 분만실로 이동했다. 나중에 더 아파오면 움직이기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 옮겼는데 그 이유도 있긴 했지만 분만 침대가 진통이 올때 산모가 힘주기 용이한 구조로 되어있어 옮긴것도 있는 듯 해 보였다.

가족분만실이라고 해서 들어갈땐 보호자가 함께 들어간다. 다른 병원은 출산 과정 전체를 함께 하는데도 있는듯 한데 우리가 간 곳은 출산 당시에는 밖에서 기다렸다가 부르면 다시 들어가서 탯줄을 자르는 식이었다. 르바이예 분만이라고 해서 태아가 태어났을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두운 조도를 유지하고 잔잔한 음악도 틀어준다.

진통이 오면 소리내며 아파했는데 간호사들은 오히려 그러면 출산힘들다며 심호흡을 하며 진통이 올땐 소리내지 말고 배에 힘을 주라고 했다. 아마 자궁 수축을 복압으로 하면서 태아를 아래로 내려가게 하기 위함인듯 했다.

이게 초산이라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아 산모가 많이 힘들어 하긴 했는데 그래도 침대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방법을 아니 꽤 따라가는 눈치였다. (내가 봤을땐..)

22:42
고된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진을 해 보더니 태아가 제법 내려 왔단다. 이제 손가락 하나만큼만 더 내려오면 될거같다고 힘 잘 주라며 가버리자 이제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지 진통올때 힘주는데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 모습이었다. 조금 지나 이제 분만을 시작하려는지 보호자는 잠시 밖에서 대기 해달라고 하고 분만실 내부에서 준비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때 나도 가운을 입고 대기했다.

이후 분만해줄 원장님이 들어가시고 내부에서는 간호사들이 산모 배를 누르며 도와주는듯한 소리가 몇번 들린 후 기적같은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23:54
산달이 다 차도 그렇게 엄마 뱃속에서 놀며 내려오기 싫어하던 그 심쿵이가 드디어 밖으로 나와 세상 공기를 마시며 터지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잠시후 문이 열리더니 보호자 들어오라고 하고 라텍스 장갑을 낀 손에 가위를 쥐어주며 탯줄을 자르게 했다.

주위사람 다 들으라는듯 울던 심쿵이는 이후에 엄마 가슴 위로 올려지고 엄마 심장소리를 듣더니 언제 울었냐는 듯 조용해졌다. 뱃속에서 40주를 들었던 그 소리가 들리니 안정이 되나보다.

그렇게 심쿵이는 40주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40주가 되는 날 밤 11시 54분 태어났다. 어찌보면 이름과 참 걸맞는 출산이 아닐까 싶다. 태명 ‘심쿵’ 예상치도 못하게 엄마 아빠를 ‘심쿵’하게 만들며 다가온 이 아이는 이제 ‘부족하지 않고 그렇다고 과 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란 뜻으로 ‘소담’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2017.02.09. 출산 이후 그 간의 이야기.

자연분만한 덕분에 소담이 엄마는 출산 다음날부터 바로 병원에서 주는 일반식을 먹기 시작했다. 출산을 딱 하고나니 그간 있었던 아픈게 싹 사라졌단 이야기를 하더라.. 지독한 통증을 겪고 난 뒤라 다른 통증은 통증으로 생각이 되지 않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회진 도는 원장님이 얼굴을 보더니 여기 입원해있는 다른 산모들보다 안색이 훨씬 좋단다.

그렇게 컨디션을 회복하고 출산 이틀뒤인 토요일 조리원으로 옮겼다. 같은 병원건물에 있어 소담이는 직원분들이 알아서 옮겨주었다. 입원실에 있는 동안에는 주변 사람들의 면회가 자유로운 반면에 조리원은 보호자 1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 아마 교차감염을 줄이고자 외부인 접촉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가 아닐까 싶다.

대신에 조리원 신생아실 신생아 배치는 전면 유리를 따라 배치를 해두어서, 보고싶을때 가서 보여달라고 요청해야하는 입원병동 신생아실과는 달리 보고싶을땐 바로 가서 직접 볼수 있는게 달랐다. 덕분에 퇴근후 조리원을 가면 원없이 (수유하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할때는 힘들지만) 볼 수 있다.

이렇게 원하면 창 너머로 얼마든지 볼수있다

이제 고민거리는 ‘모유’ 가 된거 같다. 출산후 처음엔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단다. 그래서 아이에게 엄마 가슴을 직접 물려 모유를 먹도록 유도해야 모유도 잘 나오고 아이도 모유에 적응을 하게 되는데 애가 너무 보채면 모유대신 분유를 먹게 하니 생존에 관한거라 그런지 요녀석이 엄마 가슴은 잘 안나오고 젖병은 쉽게 나온다는걸 알았나보다. (이런건 안닮아도 되는데..) 수유연락 받고 가서 물려보면 몇번 빨아보다가 뱉고 울어버린단다. =_=.. 그래서 어쩔수 없이 젖병에 분유를 타서 먹이고 오곤 하는데 이게 엄마 입장에서는 초조하고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리는듯..

그래도 처음에 비해서 유축을 해보면 나오는 양이 서서히 많아지는듯 하다. 얼마전까진 유축하면 병 바닥에 찰랑거리는 수준에서 이젠 그 수위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단다. 마사지도 받아보고 하고있는데 이부분은 좀 지나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일기를 얼마나 자주 얼마나 꾸준히 쓸진 모르겠지만 이젠 육아기를 써야할듯 하지 않을까.. 앞으로는 심쿵이일기가 아닌 소담이일기로.. 탈 없이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이 바램도 시간이 지나면서 욕심처럼 한두가지씩 더 붙을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자 소담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