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옮기다

2주가 참 길었다. 8주가 지나면서 입덧이 절정을 찍을거라는 이야기들을 종종 보곤 했는데 이정도가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입에 맞는 음식을 찾는게 중요하다는데 음식을 먹는것부터가 겁내 하니 뭐가 맞는지 찾는게 쉬운일이 아니더라.. 넘어간다 싶으면 또 게워내고 컨디션이 안좋다 싶을때는 물만 마셔도 게워낸다. 엽산 약 특유의 냄새때문에 약먹는것 조차 고역이 되어 버렸다.

입덧과 더불에 짝궁은 심쿵이가 잘 자라고 있는건지 아직도 살짝 불안해 하는 기색이 보였다. 매일 한두번정도 체온을 재면서 0.1도라도 차이가 나면 호들갑이다. 내가 보기엔 그냥 그정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정도인거 같은데…

자꾸 그렇게 불안해 하면 애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입덧 더 심하게 한다~

라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격렬한 입덧을 한다. 어지럼증에 계속되는 구토..
그러니까 의심하지 말랬건만.. ㅋ 평소에도 물을 잘 안마시는 짝궁은 이제 물대신 이온음료를 달고 산다. 그나마 그건 물과 달라 괜찮은가보다. 궁금하면 중간에 병원이라도 가서 초음파 받아보랬더니 그건 또 싫단다 ㅎㅎ 2주 다 채워서 갈꺼라고..

이렇게 저렇게 2주를 보내고 병원가는 날이 왔다. 이번엔 다른 병원을 간다. 그동안 다녔던 병원은 출산은 하지 않는 병원이라 출산까지 다닐 병원으로 옮겼다. 그 전 병원 분들도 임신하기까지 참 여러모로 친절하게 잘 해주셔서 감사했는데 이번 병원도 좋은 분들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병원 방문을 했다.

7.8 병원방문
짝궁이 미리 점찍어놓은 병원이 있어 그리로 향했다. 다른 병원에서 다른 의사와 함께 했다가 따로 나와서 차린 병원이란다. 의사가 한분뿐이라 대기는 좀 길긴 하지만 기다리면서 직원들이랑 환자들 보니 분위기 괜찮다.

여차저차 기다리다 우리 차례가 되어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전 병원에서 있었던 것과 임신초기검사 내용을 들고 가니 그걸 기반으로 간단한 문진을 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초음파시간.. 전에는 질초음파를 했던지라 내가 같이 못들어 갔었는데 이번엔 초음파검사실 들어갈때부터 함께 들어갔다. 드디어 배 초음파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초음파를 보는데 짝궁의 배를 보고 깜짝 놀라신다. 그럴 수 밖에 없는데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맹장수술을 했었는데 맹장이 터지는 바람에 복수도 빼고 하면서 절개를 좀 여러군데 했는데 옛날 기술이 그다기 좋지 않아선지 배를 절개 했던 자국이 꽤 컸기 때문이다 ㅎㅎ

아무튼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초음파를 보는데 모든게 다 좋단다. 심장도 잘 뛰고있고 이녀석 안에서 꼬물꼬물 발길질도 하고있었고 목둘레 및 코뼈도 정상. 다운증후군 표지자란다. 입체초음파를 보는데 신기 했으나 이전 꼬물거리는 녀석에 혼이 나가있어 리액션을 못했다. 의사선생님이 말하길..

이쯤이면 다들 놀라는데 안놀라네요

ㅋㅋ 그럴수밖에.. 우리 둘다 이미 놀라서 넋이 나가있는데 거기서 우와 할 겨를이 있었을까.. 난황도 아직은 있었고 양수도 충분 하단다. 저번에 피검사 한걸로 봐선 빈혈도 없고 모자라는것 없이 전부 정상 🙂 단 입덧이 좀 많이 심한데 많이 힘들면 억지로 참지말고 저녁 밤 할것 없이 병동으로 가면 수액 놔 주니 그거라도 맞으라고 하신다.

다음번 병원 방문은 한달후. 그 한달 역시 길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건 초음파를 영상으로 받아봤다는거 ㅎㅎ 짝궁은 입덧으로 힘들때 영상을 보면서 견디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속 미식거리는거나 어지럼증 토하는것들 중에 어느 하나만 이라도 좀 편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것도 아마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ㅎ

이제 짝궁 임신주수는 10주 1일. 심쿵이는 3.53cm까지 자랐다. 배아에서 이제 당당히 태아로 된 심쿵이. 엄마 좀 덜 힘들게 하고 튼튼하게만 자랐음 좋겠다 🙂

2등신 심쿵이

6.24 병원방문
업무 대타가 없는 짝궁은 마냥 업무를 놓고 쉴 수 없어서 퇴사를 해야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애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던거다.. 작년 계류유산이라는 아픔도 겪었고..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한것은 회사 대표님이 편의를 많이 봐주시는것. 모든 출퇴근을 짝궁에 맞춰주셨다. 이른 출근이 힘들면 10시 출근을 해도 되고 업무 처리만 되고 나면 사무실에 앉아있는게 힘들면 일찍 퇴근해도 된다고.. 덕분에 퇴사는 하지 않는것으로 하고 10시쯤 출근해서 오후 두세시 퇴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IMG_3669

지난주 병원 방문에서 아기집 모양이 길쭉한게 좀 걸렸는데 이번 방문했을때는 모양을 많이 찾았다. 게다가 심쿵이도 서서히 사람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심장도 건강하게 뛰고 있었고 초음파를 돌려보니 팔 다리도 나오는 중. 맞는지 아닌지는 딱 집어 말씀 안해주셨지만 사진에는 탯줄처럼 보이는 희미한 끈도 보였다. 전체 크기는 1.71cm

원래 이날 병원방문을 하라고 했던 날은 아니었는데 갈색혈 비침이 계속 되고 있었고 잘 크고있는지 불안해 하고 있어서 진료받으러 갔다. 병원 문을 열고 짝궁을 볼때마다 병원에서는.

무슨일이 생긴거 아닌가 걱정 되요

작년의 일이 있어서 그런지 병원에서도 많이 관심을 써 주시는 듯 했다. 하긴.. 원래 내원일정이 잡히지 않은 환자가 오면 좀 조마조마 하기도 하겠다. 뭔가 없었던 이상 증세가 생긴건 아닐까 하고..

짝궁이 입덧이 좀 많이 심해져서 많이 힘들어 했는데 초음파 사진 보고 입덧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번 배아의 성장이 좀 느린거같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폭풍성장을 했기 때문. 병원에서는 별 이상이 없으면 2주 후 분만병원으로 옮겨가면 된다고 했다. 그쯤 부터는 배로 초음파를 봐도 될거같다는 말과 함께..

8주가 지나면 이제 배아가 아닌 태아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고 한다. 입덧을 하느라 고생하는 데다가 음식마저 제대로 먹질 못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라리 먹는거라도 잘 먹으면서 입덧을 하는거라면 덜 걱정할텐데.. 그러다보니 퇴근후 헬스장이 아닌 집으로 직행하는 편.

요새 부쩍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기운없어 하는데 얼른 이 시기를 넘겨 안정적인 단계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후 집안에만 있으니 좀 갑갑해 하는거 같기도 한데.. 품은 알이 깨질라 조심조심하는 중이라 외출도 가급적 삼가는편.. (가끔 불가피한 경우 하긴 하는데 하고나면 몸에 무리가 오는게 느껴지는듯)

이런들 저런들 다 좋으니 무럭무럭 자라기만 하길.. 🙂

엄마 화이팅

6.17 병원방문
이번주 내내 짝궁은 집에서 휴식모드. 아니 달걀을 품은 암탉모드 가 더 어울릴라나? 뱃속의 심쿵이가 행여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며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는 생활을 했다. 나는 거기에 맞춰 먹거리 챙기고 사소한 집안일들 조금 챙겼는데 짝궁 성격상 되게 미안해했다. 안그래도 되는데.. 혼자만의 일인가뭐 ㅎㅎ

가만히 있는게 적응이 안되는지 설거지도 좀 하고 빨래도 좀 돌리고 했다가 나한테 구박아닌 구박 들었다. ‘가만히 있으라’ 🙂 아무튼 이런저런 일이 있던 와중에 간간히 메스꺼움정도 있던 입덧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되려는지.. 평소보다 꽤 답답해 했다. 심지어 식사후 얼마 안가 토를 하기도.. 이것이 말로만 듣던 임신중 ‘토덧’ 이라는건가보다.

쉬는내내 갈색냉 이라는 분비물이 비춰서 불안불안해 하던데.. 나는 옆에서 자궁이 커지면서 모세혈관이 터지면 그럴수 있다며 토닥거려주는거 말고는 딱히 해줄게 없었는데 고맙게도 어느정도 지나서는 이제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듯 했다. (내가 신경써서 아닌척 하는거 같기도 했지만..)

세번째 초음파

무튼 이런저런 와중에 검사결과가 나왔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오늘 병원 방문을 했다. 검사결과는 별 이상 없음. 태아는 지난번에 비해 0.2센치정도 자랐는데 조금 성장이 느리긴 하지만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라 걱정할건 아니라고 한다. 임신낭(아기집)도 원형을 이루면 좋긴 한데 그렇지 못하긴 하지만 이것 역시 개인차인데다 임신이 진행되면서 점차 자리를 잡을거라고 하니 보다 맘이 놓여 하는듯 했다.

크기상 임신주수는 6주 6일 0.9cm정도로 큰 심쿵이는 여전히 심장도 잘 뛰고 집도 잘 만들고있고 심쿵이를 품고있는 짝궁은 피고임도 없는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봐도 되지 싶다. 그래도 다음주 정도까지는 모르니 푹 쉬었으면 하는데.. 다니는 회사 사정상 이번주처럼 푹 쉬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뜻밖의 임신

5.21 정말 뜻 밖의 소식이 찾아왔다.
가임기 임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아 몰라 될대로 되겠지’ 하며 약간은 반쯤 놓아버린투로 슥 있던 짝궁의 몸에서 ‘설마?’ 하는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이러면서 집에 있던 임신 테스트기를 한번 찍어봤는데..

‘어라’

이게 두줄은 두줄인데.. 애매하다 희끗희끗한 두줄…
일단 병원에 가보자. 애매하지만 피검사 해보면 알 수 있겠지 싶어 병원을 방문했다. 다행이 토요일이라 병원문은 열려있던터.. 희끗한 두줄에서 짐작 했다 시피 초음파 할 단계는 아닌상황. 일단 피를 뽑아 검사를 하고 월요일에 결과를 알려준단다..

5.23 기다리던 피검사 결과.
수치는 좀 높긴 하나.. 너무 초기라 명확하지 않다는 답변. 금요일이나 토요일쯤에 다시 한번 피를 뽑아 검사하자는 이야기가 왔다. 역시나.. 점점 더 진해지지 않을까 싶어 임신테스트기는 일요일인 22일에 한번 더 한 상황.. 뭐 그게 극적으로 하루사이에 진해 지겠나 싶긴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조금은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하는 짝궁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5.30 피검사 한번 더.
퇴근까지 기다리기 힘들었던 짝궁은 27일 (금요일) 출근하면서 병원에 들려 채혈을 하고 갔다. 근데 신기한건 일자를 따지고 계산해보면 이제 막 착상했을거 같은 시기인데 임신 초기증세가 벌써 나타난다. 체온도 그렇고 멀미하는것도 그렇고.. 예전엔 안이랬던거 같은데. 이와중에 장모님이 태몽을 꾸신거 같다는 이야기를 해오셨다고 한다. 오.. 이번엔 느낌이 괜찮은데?

무튼 검사 결과는 임신인걸로 .. ㅎㅎ
일주 뒤면 초음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왔다.

6.3 첫 초음파
오후 반차를 쓰고 이른 운동을 한 후 집에서 퇴근한 짝궁과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첫 초음파..

첫 초음파

아기집이 1cm도 채 안되는 크기인데 다행스러운건 어렴풋이 난황이 보인다는 것 이었다. 이전에 난황이 안보여 슬프게도 계류유산을 했었던지라 이날 슬쩍 보이는 난황의 존재감이 더 컸던거 같다 ㅎㅎ 열흘뒤면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을거란 이야기를 듣고 기분좋게 병원을 나섰다. 임신 소식 일단은 양가 어머님께만 드리는걸로 했다.

6.13 두번째 초음파
긴긴 열흘이 지나갔다. 특히나 주말쯔음에는 갈색혈이 비친다고 짝궁이 불안해 했다. 내가 해줄수 있는건 옆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해 주는것 뿐인데 딱히 도움이 되진 않는 듯 하다.. 뭐 사실 나만 해도 나 혼자 스트레스 받고있는데 옆에서 이런저런말 해 줘봐야.. 나 스스로가 안정되지 않아 딱히 효과적인건 없었긴 했지만..

무튼 주말이라 병원을 가 볼수도 없고 여차저차 해서 월요일 휴가를 내고 아침일찍 병원을 찾아갔다. 질초음파를 하는 관계로 난 같이 들어갈 수 없으나.. 짝궁이 먼저 들어가고 난 다음 간호사가 날 부른다.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설마?’ 싶어 들어갔는데 초음파에 심장소리가 들린단다..

두번째 초음파

짝궁도 주말에 고생했던걸 생각났는지 눈물이 찔끔한 상황 ㅎㅎ 산모 심장소리가 커서 심장소리 찾아 듣는게 쉽지 않았던가보다.. 긴장했겠지.. 저번일도 있고 ㅎㅎ 기분 좋게 이것저것 검사할 거리 준비하고 임신확인증과 산모수첩을 받았다. 나온김에 보건소 들려 엽산제도 받아보러 가서 받고 점심도 먹고 조금 돌아다니다 집에왔는데.. 어라? 보건소에서 준게 엽산이 아니고 철분제다..ㅋㅋ 이런.. 다시 빼긴 애매하고 그냥 뒀다 먹는걸로..

그렇게 집에 갔다가 나는 슬슬 운동하러 가고 짝궁은 쉬려 누워 잠을 청했다. 저녁은 마파두부를 하기로 해서 운동끝나고 마트들려 대파를 한단 사고 뭐 더 필요한건 없나? 하고 통화를 하던 찰나.. 심각한 짝궁의 말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온다.

피가 묻어나와요.. 빨간색피..

갈색 혈도 아니고 빨간색이라니.. 순간 머리가 싹 하얗게 되었다가 정신차려서 얼른 계산을 끝내고 차를 급히 몰았다. 집에가서 얼른 차에 태우고 다시 병원으로 급하게 출발.. 하루안에 두번째 방문이라니 직원들도 놀란 눈치.. 피가 묻어나온다고 이야기를 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간호사가 지나가다 나를 보고 ‘괜찮으니 너무 걱정마세요’ 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초음파상에 피고임도 없고 임신낭이나 심장 다 정상이라고 했다. 그럼 출혈은? 안보일정도로 적은양이 나와 묻어있던게 좀 흘렀던거 같다던데.. 지금은 안나온단다. 일단 출혈이라는게 좋은 상황은 아닌지라 가능하다면 회사를 쉬며 안정을 취하는게 좋다고 했단다. 절박유산 진단을 끊어주더라.. 다행히 사무실에 별 다른 큰 업무는 아직 없는 상황인데.. 마음이 아직 안정이 안되는지 회사에 직접 연락하면 눈물이 날거같다고 해서 내가 대신 연락드렸다. 이것저것 편의를 많이 봐주시는 편인데 고맙게도 일주일정도 쉬라고 해주신다.

현재 짝궁은 침대, 안락의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쉬고있는중. 왜 이리 쉽지 않은지.. 라며 푸념하는데 사실 처음이라 쉽지 않은게 맞는거같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스트레스고..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라 우왕좌왕 하기도 하고.. 무튼 일단은 이번주 푹 쉬며 속에있는 작은 친구가 얼른 자리잡기를 바래본다. 태명은 엄마아빠를 여러모로 ‘심쿵’ 하게 만들어서 뭐 다른 적당한게 없으면 심쿵이라 지을까 한다.

심쿵아 얼렁 튼튼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