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해의 평가가 마무리 되고 얼마전 그에 따른 결과와 보상이 공개가 되었다. 회사는 지난 한해 코로나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성장한 이른바 ‘코로나 수혜주’ 의 회사중 하나였다. 20만원 언저리였던 주가를 보며 그당시엔 ‘여기까지다. 더이상 올라갈 여력은 없다’ 라고 봤었는데 지금은 50만원대를 달리고 있다. 때 마침 인접 업계의 ‘코로나 수혜’ 를 입은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하나 둘 곳간을 열곤 했고 최근에는 개발자들의 몸값을 부쩍 올려놓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회사의 주력 서비스가 작년 10주년을 맞았다. 호실적에 서비스 10주년 기념까지. 직원들은 너나 할것 없이 내심 기대를 하는 눈치였고 이를 애써 숨기지 않았다. 몇년전 이사회 의장이 나서서 ‘겨울이 오고있다’ 라고 공언하며 당분간 앞길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고 혹독한 고난이 올거 같으니 우리 모두 으쌰 해서 이겨내자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그 후로 회사의 지표들이 개선되어갔고 앞서 말한것처럼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했다.
안타까운 상황은 지난 2020년에 발생했다.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할 무렵. 직원들은 이를 기념할만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 초반. 주가는 생각외로 오르고 있었고 분기 실적도 좋을때. 그때 하필 회사에서 했던 일은 ‘xxx는 아직’ 이란 캠페인이었다. 마치 2002년 월드컵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라는 말을 떠오르게 만드는 캠페인이었다. 우리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이런것들을 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현재 주가는 우리 현실에 비해 너무 고평가가 되어있어서 더 단단히 하고 잘해야 한다’ 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그렇게 캠페인이 지나가고 10주년 기념은 회사에서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 담긴 일명 ‘워크북’ 이란 인쇄물만 남았다.
연말이 되었고 예전처럼 다들 한 공간에 모여 왁자지껄 하며 송년회를 하진 못했다. 각자 집에서 회사에서 송출하는 영상을 보며 조용히 인사를 했다. 이날도 다들 ‘그래도 10주년의 해인데 그냥은 안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도 이내 실망으로 남았다. 구색맞추기용 회사 서비스 쇼핑포인트 5만원이 끝이었다 이마저도 과세를 하고 사용하면 아마 회사실적으로 잡힐것이다. 준다던 사내 서비스 무료 이용은 여태 소식이 없다. 이때였을 것이다. 옆 모 게임사는 연말 격려금 200만원을 세후로 전직원에게 지급했다.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해 개인 성과 및 역량에 대한 평가를 했다. 연간 회사실적은 전년대비 매출이 34% 상승 영업이익은 120% 상승했다고 한다. 역대 최대 실적이라고 한다. 다들 성과급에 대한 기대 연봉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올라갔다. 회사 실적이 이러하니 직원들에게도 분명 많이 나눠줄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어서 들리는 업계 소식은 그 기대감을 한껏 부추겼다. 게임회사들의 연봉 800 일괄인상.
이에 질세라 우리도 회사에서 전직원에게 주식을 준다는 소식을 전했다. 인당 10주씩 현재 주가로 치면 500만원 상당이다. 아마 이때가 기대감의 최고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부는 이 주식을 성과급의 일부로 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지만.. 회사에서는 성과급과는 별도라고 못을 박았다. 그렇게 평가 결과가 공개가 되었다.
뚜껑이 열렸다. 내용을 보고 만족한 사람들은 물론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큰 목소리는 주로 불만족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은 알지만.. 주변 대다수의 동료들이 불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외부에서 보는 회사는 업계 최고. 누구나 가고싶은 회사인데 내부에서는 여기저기서 이탈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이사회 의장은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노라 공언했다고 한다. 아직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기부를 어떻게 한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5조에 가까운 재산을 기부한단다. 프랑스 혁명 당시 앙트와네트를 보는 민중들이 그런 심정이었을까.. 본인의 회사에서 열심히 파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아우성인데도 불구하고 시선은 먼곳에 있다. 슬픈일이다. 몇년전 Winter is Coming 이라고 말했던 사실을 기억은 하고 있을까? 직원들은 여전히 겨울을 나고 있다. 우리들에게도 봄은 오는가?
修身齊家治國平天下 라는 말이 있다. 修身 즉 나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해야 齊家 가정을 다스릴수 있고 가정을 다스릴수 있는 자가 治國 나라를 다스릴수 있으며 그래야 平天下 천하를 평정한다는 이야기이다. 거창한가? 본 뜻은 큰 일을 하려면 작은것부터 잘 할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거액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것 좋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이 직접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게 순서가 아닐까? 동료들이 공짜를 바라는것도 아니다. 다함께 열심히 해서 회사의 역대 성과를 낸 만큼 누군가 말한 그 겨울을 이겨낸 만큼의 몫을 달라는 이야기이다. 앞으로 다가올것 같은 위기는 크게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막 다가온 호황은 모른척 있으면 회사가 내세우는 신뢰 충돌 헌신 이게 과연 가능할꺼라 보는지 의심스럽다.
과실의 단맛을 아는 자만이 과실이 클때까지를 기다릴수 있는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