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키-그것이알고싶다를 보다

토요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 안아키.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를 다뤘다. 물론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터라 알고는 있었다. 보는 내내 김효진 원장의 뻔뻔함에 치를 떨고 한편으로는 그릇된 정보를 알아와서 아이에게 했다가 피해본.. 하지만 본인은 아이에게 가해자가 되었다는 죄책감으로 당당히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조금만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봤더라면.. 하는 대목이 몇가지 있었다. 페이스북 오상현님이 요약을 해주셨는데 안아키 방침은 크게 네가지였다.

0) 아이들의 “해독력” 향상을 위해서는 백신과 약을 안쓰고 아이를 키워야한다.
1) 현대의약품은 독이며, 숯가루나 해독관장 등을 통해 ‘해독’해야한다.
2) 해열제가 아이들에게 지적, 행동적, 발달적, 지능적 장애 등 영구손상을 일으킨다.
3) 화상은 온찜질로 치료해야한다.

해독이니 뭐니 나는 의료인이 아니라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그치만 지극히 고등학교 정규교육까지 받은 입장에서 찬찬히 살펴본다면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

숯가루를 먹인다?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생각해본다면.. 민감한 사람들은 고기가 조금 탄 부분을 가위로 잘라서 먹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탄 음식은 암을 유발한다며 조심하자는 논리이다. 발암인지 아닌지는 논란이 많지만 어쨋든 탄 음식이 몸에 안좋다는건 대체로 사실이라고 한다.

자. 그럼 이제 숯을 보자. 숯은 무엇인가? 나무가 탄화되어 만들어진게 바로 숯이다. 탄화 말 그대로 태워서 만든다는 말이다. 탄 음식은 발암물질이라는데.. 탄 나무는 의약품으로 해독하는데 쓰인다? 뭔가 말이 이상하지 않나?? 연료로 숯이 쓰이는 경우를 빼고 숯이 어디다 쓰이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숯은 물을 정화시키는데 쓰이기도 한다. 활성탄이 바로 그것이다. 숯에 특별한 과정을 거치면 미세 기공이 더 많아지는데 이것을 활성탄이라고 한다. 미세기공이 많다는 이야기는 표면적이 넓다는 의미이고 숯의 특징인 흡착력이 활성탄에선 더 높아지게 된다.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이 크기때문에 정화, 정수에 쓰이는 것이다.

의사 인터뷰에 나오는데 숯가루를 먹이는 경우는 농약 등 독극물을 먹은 경우가 아니면 없다고 한다. 장관 내부에 있는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용도로 먹인다는 뜻이다. 핵심적으로 삐딱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아이들이 해독이 뭐가 필요할까? 이다. 엄마 아빠 몸이 오염되서? 백신으로부터? 약으로부터?

해열제(현대 의약품)는 악이다?

인류의 평균수명은 현대에 와서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이것은 의학, 약학(과학)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한다. 옛날에는 삼칠일 백일 첫돌을 크게 기념했던게 그 이유이다. 출산후 3주간 산모가 무사히 있는 것을 기념하는것이고 생후 백일/1년을 무사한것을 기념하는것이다. 왜 기념하는것일까? 그만큼 그 기간에 사고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되는것이다. 경제 규모가 달라져서 먹는것도 잘 먹기때문에 이젠 큰 걱정이 없는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것은 의학의 발달이다. 그것도 현대 의학.. 무서운 전염병이었던 천연두가 백신으로 사라졌고 많은 감염증세로 죽어가던 사람들을 페니실린이 살렸다.

사람이 열에 의해서 위험해 지는 경우는 두가지다. 열이 없거나(저체온증) 열이 너무 많거나(고열, 화상) 저체온으로 심각해지는 이유는 신진대사가 떨어져서 그런것이고 고열이 위험한 이유는 체내 세포들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아플때 열이 나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따라서 감기 혹은 병에 걸렸을때 열이 나는건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심하고 오래 지속되었을때가 문제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구성 물질중 대다수가 단백질이다. 정규 교육과정을 마쳤다면 과학시간에 단백질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 중 단백질은 열을 받으면 응고 한다는 성질이 있음을 배운것을 기억 할 것이다. 또한 상식적으로 한번 응고한 단백질은 다시 원래 상태로 변화 시키지 못함을 알 것이다. 이를 단백질 변성의 비가역성 이라 한다. 이 내용을 체열에 가져와서 적용하면 고열이 지속되면 몸속 단백질의 비가역적 변성을 초래함을 유추 해 낼 수 있다. 지속되는 고열에 열을 내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단백질이 변성된다는 말은 체내 주요 장기들이 망가진다는 이야기와 거의 동일한 이야기이다. (특히 뇌)

그렇다면 열은 어떻게 내릴까? 실내온도를 내리거나 피부 위로 미지근한 물을 적신 수건을 닦아주며 자연스레 열이 내려가도록 유도를 해 주는 방법도 있지만 (심한 경우는 얼음을 직접 쓰기도 하는데 이건 정말 응급할때 쓰는것. 평소엔 오히려 근육이 열을 내도록 유도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떨어지지 않는다면 해열제의 도움을 받는것이 현명한 것이다.

해열제 현대의약품이 악이라고 쓰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대증요법으로 열이 안내려간다면? 고열로 타격이 받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고열로 인한 타격은 비가역성이라고 위에 적어놨다.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다. 돌이킬수 없는 상황까지 안가도록 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싶다. 해열제 내성떄문에 꺼려진다고? 도시괴담에 낚이셨다.. 일반적으로 해열에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내성이 없다. (타이레놀 광고를 보시라…)

현대의약품의 과용/오남용으로 인한 폐해가 없다고 할수는 없다. 그치만 한번 태어난 아기가 첫 돌까지 살아서 다행이다 할 정도로 잔치를 하지 않는 시대가 온것 또한 현대의학의 힘이다. 해열제를 포함한 현대 의약품이 있기에 옛날에 비해 아기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것이다. 과용/오남용이 악이지 그 자체가 악은 아니란 말이다.

화상은 온찜질?

해열제에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사람의 몸은 단백질로 구성된다고 배웠고 앞서 적어두었다. 이는 우리 피부조직도 마찬가지다. 화상은 기본적으로 고온의 열에 피부가 손상되어 생기는 상처다. 즉 여기도 열이 문제가 된다.

불을 펴 보고 끌때 보면 알겠지만 불이 꺼졌다고 해서 그 아래 타던 물질의 온도가 갑자기 만져도 될 정도로 확 떨어지는게 아니다. 단지 불씨가 살아나지 않을 정도의 온도 아래로 만 내려갔을 뿐이다. 이것을 사람의 피부로 가져와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뜨거운것에 노출되어 화상을 입었는데 뜨거운것을 치웠다고 해서 화상의 진행이 바로 멈추는게 아니다. 그 뜨거운 열이 피부위로 옮겨와서 열이 피부에 남아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화상의 응급처치로 서둘러 찬물로 화상 입은 부위의 화기를 빼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비가역적 변형이라고 하였다. 아직 정상적인 피부 조직이 비가역적 변형이 오기 전에 얼른 화기를 빼라는 말이다.

그런데 온찜질을 하라고? 이것은 산불을 끄고 나서 불씨를 남겨둘려고 슬금슬금 부채질을 하는 꼴이다. 화상중에 저온화상 이란게 있다. 뜨거운것을 잡아 확 입는게 아니라 저온의 열에 장기간 노출되어 입는 화상이다. 심하게 화상을 입었는데 거기에 더불어 저온화상까지 얻으려고 하는 행동이랑 같다고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불이 났으면 얼른 불을 꺼야한다. 화상도 마찬가지다 화상을 입었으면 더 다치기 전에 얼른 찬물로 뜨거운것을 빼주는게 당연한것이다. 나보다 더 배운 전문가가 이것을 뒤집는다? 그럼 그 전문가의 주장이 잘못된거다. 진리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현대 의학으로도 아직 고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방송에 주로 다뤘던 아토피의 경우가 그 경우라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먹는게 문제라 그게 피부로 발현된다 라는 주장부터 공기가 오염되서 그렇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하지만 아토피의 경우 중요한사실은 가렵다고 피부를 긁어 피를 내는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질병이 이런 상처를 통해서 감염이 된다. 긁어 피를 내고 상처를 만든다면 이런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안아키 운영자 그사람은 가려우면 긁게 두고 햇볕을 쪼이고 소금물로 씻으란다.. 이건 합병증 생기게 두라 라는 말고 동일한 말이다.

피해자에겐 안타깝지만 이런 사태가 점점 커질수록 비판적인 사고가 중요해가는구나 를 느낀다. 어느 팟캐스트에서 들은 내용인데 우리나라 과학 상식이 중1 수준이라고 한다. 근데 중1 수준이라도 되면 다행이지 싶다..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과학은 입시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그 내용마저 입시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적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간 정립하고 만든 변하기 힘든 이론이고 법칙이다. 그것들 중 기본적인 내용은 상식으로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머리에 계란흰자 팩을 하고 온수로 머리감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