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백수생활기

제목이 조금 거창하다.
‘한달 백수 생활기’ 가 제목이긴 한데 백수 라기보다는 휴가 후기라고 해야 옳을거 같다. 근데 그래도 뭐 월급 나온다는것 (이게 좀 중요하긴 하지만) 뺴고는 백수생활이 맞으니.. 백수생활기라 하겠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국내에서 메신저로 유명한 ‘카카오’ 이다. 아.. 물론 몇년 전에는 포털 2인자로 유명한 ‘다음’ 이었다. 알다시피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해서 이젠 ‘카카오’가 되었다.

옛 다음 커뮤니케이션도 그렇고 카카오도 그렇고 직원 복지중 하나로 근속 리프레쉬 휴가 (일명 안식휴가) 가 있었다. 다음은 입사 3년 6년 9년 3년 단위로 생기는데 3년차때 보름 6년차때 한달 9년차때 두달이 나온다. 그럼 12년차땐 넉달.. 은 아니고 12년차땐 다시 보름으로 돌아가는데 12년 근속부턴 소정의 상품과 함께 휴가가 나온다. 물론 유급 휴가인만큼 월급도 나오고 소정의 ‘휴가비’ 도 나온다. 마찬가지로 기간에 따라 휴가비도 다르다.

카카오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5년마다 나오는데 통크게 3개월에 휴가비가 나왔던거 같다. 합병하고 새로운 안식휴가 제도는 3년마다 한달에 휴가비 지급으로 조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처럼 곧 9년차 안식휴가가 나올 시기인 사람들 (혹은 카카오 기준으로 곧 5년차 안식휴가가 나올사람들) 은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크니 이런 사람들은 한시적으로 옛 제도를 적용하고 안식휴가 싸이클 (다음 기준으로 9년차)이 다 돌고 나면 새로운 제도로 하게끔 유예를 두었다. (카카오 휴가 떠난 사람들은 떠나고 안돌아온다는 후문도 있다…)

이번 9년차 2개월 휴가중 한달을 먼저 사용했다. (사용하지 않은 한달은 아마 육아휴가가 되지 않을까…) 대략 10월 중순 ~ 11월 중순을 정말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초반에 괌 여행 다녀온게 액티비티의 전부일 정도? 계획도 뭐 없었다.. 그냥 사람들 만나는거 날이 허락하면 취미생활 다니는거 등등.. 안그래도 요새 슬럼프가 온거 같기도 하고 해서 그냥 잘 쉬자 가 목표였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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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후 제주 근무를 흔드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이거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었던거 같다. 초반에야 불안하기도 하고 올라가야하나.. 이런 저런 생각에 스트레스가 좀 있었고 그 후에는 조직 이동도 하고 근무지 관련해서 크게 이렇다 저렇다 할 이야기들이 없어 잠잠 했었는데 이제와서 아무 생각 없이 쉬려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 아 물론 뭔가 결론이 나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Que sers sers’ 될대로 되라 랬던가?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어찌 대처를 할 수 있는건 솔직히 아니다. 물론 별 일 없이 회사가 제주 사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 나 또한 그렇게 여기를 다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직 준비를 해야하나? 제주에서 이쪽 계통 어디를 가야지? 이직했는데 카카오 제주사옥을 계속 유지하면? 이런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문득 든 생각이.. ‘직업이 개발자 하나뿐인가?’ 였다. 물론 지금 하고있는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상 이 일을 계속 하려면 내가 몇가지를 양보해야하는데 그렇기 쉽지 않다면 양보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할줄 아는게 개발만은 아니니 다른게 있을거 같다. 그게 사진이 되었든 운동이 되었든 별보는 일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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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걱정없이 이런데서 마냥 놀고 싶긴 하지만..

그래서 내린 결론. ‘아몰라 될대로 되겠지’ 가 되겠다. 그사이 살짝 든 생각은 일단 학업을 마쳐둬야겠다는거.. 하다못해 이민을 간다 손 쳐도 지금의 학력으로는 택도 없다 -.- 공부를 하기위한 학사가 이 세상에서는 직업을 얻기 위한 학사인 셈이다. 예로 들면 제주의 모 천문대 계약직 직원 공고를 보면서 든 생각인데.. 천문학과 학위와 시민 천문대의 오퍼레이터와 그렇게 관계가 있나 싶더라.. 차라리 장비 운영 및 천체관측 실무 시험 (실기든 필기든) 을 볼 것이지.. ㅋ 뭐 이렇든 저렇든 천체장비 운용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들어가니 저런 일도 하려면 공부는 끝내놔야할듯 하다. (그렇지만 비전공 신입은 뽑지 않는거 같긴 하다 -.-)

어쨋든간에 내가 이 일을 안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을 좀 뽑아놓고 보니.. 뭐 몇가지 없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볼만 하다 싶은게 ‘사진’, ‘운동’ 정도일듯 하다. 둘 다 바로 밥벌어 먹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결정되면 프로 레벨까지 실력 키우는게 필요할 수준.. 특히 운동은 몸을 만들어야 한다 -_-.. 요새 제주에서도 pt샵 슬슬 생기던데.. 생각같아선 케틀벨 지도자 코스 좀 해보고 케틀벨 전문 트레이너도 괜찮겠다 싶긴 했다.. (살빼는덴 특효다) 아니면 이쪽계통 프리랜서 겸업 하면서 수요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강의 능력치를 쌓아 강사활동을 하는거 정도? 천문대 오퍼레이터나 그 비슷한 일도 가능하긴 한데 이건 아마 안될거같고.. 여기에 추가를 하려면 지금 전공 하고있는 통계 쪽을 얼른 마쳐놓고 넣어야 하지 싶다. (그럴려면 졸업까진 회사가 버텨줘야 하는데…)

너무 이런 고민만 한 티를 냈나.. 사실 고민 그다지 많이 안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아 ㅅㅂ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이러고 놀았으니까. 다행이 안식휴가중 월령이 좋을때 (달이 없거나 밝지 않을때) 하늘 여건이 괜찮아서 취미생활도 좀 즐겼(?)다. 음.. 요건 또 다른 글에 써야겠다. 글 개수 늘려야지.. 뭐 여튼간 뒤늦은 안식휴가기 끗.

ps. 복귀하고 보니 다들 ‘한달 금방이네’ 이러던데.. 내겐 이번 한달 나름 길었다. 이걸로 만족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