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일어난 일

지난 토요일인 3월 10일. 소담이 접종일이었다. 접종은 폐렴구균과 뇌수막염 2종. 평소 가던 소아청소년과에서 접종을 했다. 조금 이상한건 폐구균 접종후 소담이가 열이 났었어서 해열제를 받아 왔었는데 이번에는 주지 않았다.. 뭐 그래도 집에 아세트아미노펜계 해열제 시럽이 있어서 괜찮겠지 싶어 시장을 보고 귀가했다.

접종후 보채서 빵집가서 쌀로 만든 식빵을 사서 부드러운 부분만 좀 주고 집에와서는 우유와 딸기를 먹였다. 아니나 다를까.. 열이 오르는 기미가 보였는데 38.5도를 웃돌기 시작하니 일단 아세트아미노펜을 설명에 나온 용법 (3.5cc)대로 먹였다. 울며 보채는 와중에 먹여서 그런지 좀전에 먹은 우유와 딸기를 다 토해내더라.. 약을 다시 먹여야 하나 고민하고 찾아봤는데 체내 흡수를 20분 전후로 보니 20분이 되기 전에 토했다면 다시 투약하고 20분 지나 토했다면 투약하지 않는다고 하여 다시 같은 양을 투약했다. 그러고 열이 조금 내려가나 싶었는데..

해열제를 먹이고 나서 서너시간 후 저녁에 체온을 보니 다시 38.4 ~ 38.5의 열이 있었다. 저녁을 먹이고 다시 해열제를 투약했는데 이번에도 토를 하며 게워냈다. 울고 토하고 그래선지 열은 39도수준이었다. 평소 폐구균 접종을 하면 열이 있던 아이긴 했는데 토를 한적은 처음이라.. 혹여나 열이 더 오를까 싶어 응급실을 가기로 했다. 집에서 비교적 접근이 빠른 제주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소아응급실에 가서 자리를 받고 문진을 했다. 접종은 어떤걸 했는지 해열제는 어떤 종류로 언제 얼마나 투약했는지 등을 알려주었고 평소 애가 접종을 하면 열이 오른다고도 알려주었다. 청진을 하고 귀와 목을 보고 특이사항은 없으나 독감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우리는 애가 접종하고 열이 오르는거 같으니 당장에 독감 검사보다는 좀 지켜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니 문진을 한 의사는 그럼 흉부 엑스레이라도 찍어보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자리에 와서 다시 체열을 쟀다. 응급실에 들어갔을때 잰 열 (39도가량)에 비해 비교적 조금 떨어진 38.7~8을 보였다. 소담이도 조금 진정이 되고 장소에 적응이 되는지 벽지에 그려진 그림에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 있으니 두번째 다른 의사가 왔다. 당연히 독감검사 하는걸로 알고 있는듯 검사 키트를 가지고 오며 독감검사를 하잔다. 열이 좀 내린 상태고 엑스레이 마저 특이사항이 없어 우리는 좀 더 지켜보았으면 했다. 그러니 의사는 그럼 해열제를 좀 줄테니 투약하고 지켜보잔다. 그 사이 열은 더 떨어져 38도근처를 보였다.

열이 제법 내려 편안해졌는지 소담이는 슬슬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소담이 엄마는 소담이를 안아서 침상에 기대 앉았다. 이미 잘 시간이 넘은데다 장소가 장소니만큼 엄마품에서 조금이라도 재워볼 생각이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의사가 호출했다. 침상으로 오더니 막 잠든 소담이에게 청진도 하고 처음에 했던 진료. 귀도 보고 목도 보더라.. 소담이는 깨서 울고 있었다. 깨운건 개의치 않는듯.. 문득 요로감염을 겪은적이 있냐 묻는다. 소담이는 이제까지 흔한 감기 한번 걸리지 않은 아이였다. 요로감염 겪은적이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소변검사를 한번 해보잔다.

이전에 분명 해열제를 투약하고 지켜보쟀는데 준다는 해열제는 없이 이 또 왠 검산가 싶어 멍하니 있다가.. 일단 우리끼리 이야기 해보고 검사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다. 의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로 간다. 그 사이 간호사가 와서 열을 쟀는데 좀전보다 0.2~3도가량 떨어졌다. 간호사가 온 김에 소변검사 방법을 물어봤고 침습적인 검사가 아님을 알고 정 그러면 소변검사는 해볼까 싶었다. 그 사이 다시 간호사가 와서 검사 할거면 일찍 준비하는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했다. 애가 소변을 언제볼지 모르기 떄문이다. 그래서 하겠다고 했더니 다시 아까 갔던 의사가 왔다.

당연하다는듯. 소변검사와 독감검사를 함께 준비하겠단다. 순간 화가 났다. 독감검사는 비강속으로 면봉을 집어넣어 검체를 체취하는 방식이다. 애가 당연히 가만히 있을리가 없는 검사다. 심지어 소담이는 호흡기 질환과 관련해서 어떠한 징후도 없는 상태였다. 아니 그걸 떠나서 우린 이미 이전에 두번이나 열이 떨어지고 있으니 추이를 지켜보고 하겠단 의견을 준 상태였다. 당연히 내 표정이 좋을리가 없었다.

독감검사는 필요없고 소변검사만 해달라는 내 말에 빈정이 상했는지 의사는 왜 화를 내냐며 공격적으로 나온다. 그러면서 검사를 왜 하지 않냐며 채근댄다. 본인은 애가 걱정되서 그런다는 말고 함께.. 말했다. 열이 떨어지는 추세라 좀더 지켜보고 싶다고. 아무래도 접종때문에 그런거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더니 우리를 모지리 취급 하면서 접종했다고 열이 39도 넘게 오르지 않는다며 지금 떨어지는건 해열제 효과라 이게 왜 열이 나는지 원인을 알아야한단다.. (그땐 말하지 못했지만) 기가 찼다. 해열제나 주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모를까.. 오후 네시경 아세트 아미노펜 3.5cc 먹인 이후론 해열제가 들어가지도 않았다. 병원 가기전에 투약한건 다 토했으니까..

욱한 마음에 당신네 못믿겠단 이야기를 했더니 순간 소리치며 당신이라고 하지 말란다.. 어이가 없다. 화난 환자 보호자가 병실에서 난치리는건 봤지만 그거에 맞춰서 의사도 난리치는건 첨봤다.. 말싸움이 수차례 이어졌고 마치 우리를 안아키 부모로 취급하는 그사람이 짜증나서 애엄마한테 짐챙기라 그랬다. 가자고.. 그렇게 나가서 정말 소담이가 안좋은 상태라면 다른 병원을 갈 심산이었다. 그랬더니 그사람은 끝까지 .. ‘그래 가라가 지새끼 걱정되서 이러는데 왜 저러냐’ 라며 끝까지 우릴 무개념 부모 취급했다.. 그후 정말 문제의 발언을 했다. 주변 간호사 및 의료진들에게 하는 말이었는데 목소리가 커서 병실 사람들이 다 함께 들었다.

야 저사람들 내쫓아

순간 이성의 끈이 머리속에서 끊어질까 말까 하는게 느껴졌다. 이걸 잡아준건 애엄마와 주변 보호자들이었다. 그 사람에게 입을모아 한마디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의사라는 양반이 내쫓으라는게 말이 되냐며… 본인이 애가 걱정이 되도 그렇지 그게 부모만 하겠냐란 말과 함께..

순간 우리는 제주대학교 병원 소아 응급실 한 의료인에게서 진상 보호자가 되버렸다. 여호와의 증인 부모가 ‘우리애는 수혈하면 안되요’ 라고 하는 부모나 안아키 부모가 ‘우리애에게 약을 써선 안되요’ 라고 하는 부모처럼 말이다.. 의사라는 양반이 애가 걱정되서 난리치는데 우리는 그거에 동의하지 않는단 이유다.

어찌해야 했을까? 정말 원인을 찾기위해 겨우 안정을 찾은 딸의 비강에 기다란 면봉을 꽂아 검체를 체취 해야했을까? 만약 그렇게 해서 음성이 나오면 또다른 검사.. 예를 들면 뇌수막염을 의심해서 요추천자라도 했어야 했을까? 아 물론 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고 계속 고열 상태에서 지속되거나 열이 오르는 상태였으면 당연히 검사에 동의했을것이다. 우리애는 응급실 가서 열이 오른적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추세였고 심지어 해열제도 먹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요구가 정말로 잘못된 의학 지식에 의한 일그러진 부모의 모습이었을까?

물론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소리치고 그런건 잘했다는건 아니다. 의료진들도 고충이 많다는것 잘 알고있다. 하지만 내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난리칠지 언정.. 그걸 말려야하는게 의료진의 입장이 아니던가? 본인이 정말 관철시키고 싶은게 있다면 나와 함께 고함을 지르며 말싸움을 할게 아닌 본인의 생각 사정을 조심히 이야기 하며 설득을 시켜야 맞는거 아닐까? ‘나는 걱정되서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냐?’ 란 자세보다 말이다..

모든것을 다 떠나서 마지막 내쫓으란 말은 그사람이 해서는 안될 말이라 생각한다. 소아 응급실이 그사람의 개인 진료실 개인 병원이 아닐뿐더러..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의사를 주변 보호자들은 뭐라 생각할까?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차라리 친구가 간호사로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갈껄 이란 후회를 다시금 했다.

앞으론 제주대학병원 응급실은 가지 않을거 같다.

글쓴이: fomalhaut

제주를 좋아하고 별을 사랑하는 소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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