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관측소가 있고 그 관측소 데이터에 의해 미세먼지 현황을 알려주고 있다. 기상청이든 혹은 서드파티(미세미세 같은)든 뭐든 날씨 보듯 대기의 질을 보는덴 큰 문제가 없긴 하다.
그렇지만 꽃가루와 같은 지역에서도 또 국지성을 갖는 부분이 있다. 물론 이 시기에 제주는 어딜 가든 꽃가루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우리 동네처럼 오름을 끼고 있는 동네인 경우 오름에 침엽수가 제법 되기 때문에 인근 미세먼지 관측소 (아마 신제주로터리 근처인듯) 와는 갭이 있기 마련이다.
아두이노에 미세먼지 센서를 달아 밖에 두고 그 데이터를 활용하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는김에 기온/습도 데이터도 피딩하고 빗물감지 센서를 달아서 비가 오는지 여부도 알려주면 좋을거 같다. 하는김에 큰 의미는 없지만 기압정보도 제공하지뭐..
내가 구상한 구성은 이렇다. 아누이도 나노에 pms7003m, am2305, bmp180, raindrop 센서들을 붙여 각각 미세먼지, 기온/습도, 기압, 우적 데이터를 받는다. 이는 집에 있는 라즈베리파이와 블루투스 (hc-06모듈이 필요하다)로 붙어 일정간격으로 피딩을 받아 저장한다. 라즈베리파이에 적절한 인터페이스를 구축해서 외부에서 저장된 데이터를 볼 수 있게 한다. 아두이노의 전원은 보조배터리로 공급해 보되 필요하다면 poe 스플리터로 집에서 당겨가는 방식도 고려해본다.
현재 ads-b 데이터 피딩을 하고있는 파이가 두대 있는데 이 녀석들도 바깥으로 내보낼까 고민중이었다. 이유는 동축케이블 특성상 케이블이 길어지거나 연결점이 많아지면 신호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가급적 안테나와 가깝게 붙이기 위해서. 여기에 아두이노 세트까지 내보내게 된다면 전원은 라즈베리파이에서 당겨 써도 될거같긴 하다. 그렇게 되면 블루투스 모듈은 필요 없게 될지도..
우선 각 단계별 과제는 이렇다. phase 1. 브레드보드 기반에 센서들 붙여 구현하기 phase 2. 라즈베리파이로 데이터 피딩하기 phase 3. 적절한 케이스에 담아 패키징 해보기 phase 4. 인클로저 같은데다 담아 실 서비스 하기
현재 고민은 크게 두가지인데.. 기온/습도 측정의 경우 직사광선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특정한 케이스에 담아야 한다. (어릴적 백엽상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듯) ‘간이 백엽상’ 으로 검색하면 적절한 케이스가 나오긴 하는데 가격이 토이에 쓰긴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이긴 하다. 다른 고민은 미세먼지 센서인데 이게 옥외용 센서가 아니다보니 방수 처리가 조금 고민이다. ‘간이 백엽상’ 이 넣을 수 있으면 넣어도 될거 같긴 한데 이게 밀폐구조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하우징같은데 넣어두면 센싱 값이 정확할까가 의문이다.
일단은 3단계까지 진행해보고 정식 패키징을 고민해 봐야 할거 같다. 안되면 그냥 실내용으로 선회해서 액정 추가하고 집안에서 써야지..
연말 한해의 평가가 마무리 되고 얼마전 그에 따른 결과와 보상이 공개가 되었다. 회사는 지난 한해 코로나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성장한 이른바 ‘코로나 수혜주’ 의 회사중 하나였다. 20만원 언저리였던 주가를 보며 그당시엔 ‘여기까지다. 더이상 올라갈 여력은 없다’ 라고 봤었는데 지금은 50만원대를 달리고 있다. 때 마침 인접 업계의 ‘코로나 수혜’ 를 입은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하나 둘 곳간을 열곤 했고 최근에는 개발자들의 몸값을 부쩍 올려놓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회사의 주력 서비스가 작년 10주년을 맞았다. 호실적에 서비스 10주년 기념까지. 직원들은 너나 할것 없이 내심 기대를 하는 눈치였고 이를 애써 숨기지 않았다. 몇년전 이사회 의장이 나서서 ‘겨울이 오고있다’ 라고 공언하며 당분간 앞길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고 혹독한 고난이 올거 같으니 우리 모두 으쌰 해서 이겨내자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그 후로 회사의 지표들이 개선되어갔고 앞서 말한것처럼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했다.
안타까운 상황은 지난 2020년에 발생했다.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할 무렵. 직원들은 이를 기념할만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 초반. 주가는 생각외로 오르고 있었고 분기 실적도 좋을때. 그때 하필 회사에서 했던 일은 ‘xxx는 아직’ 이란 캠페인이었다. 마치 2002년 월드컵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라는 말을 떠오르게 만드는 캠페인이었다. 우리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이런것들을 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현재 주가는 우리 현실에 비해 너무 고평가가 되어있어서 더 단단히 하고 잘해야 한다’ 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그렇게 캠페인이 지나가고 10주년 기념은 회사에서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 담긴 일명 ‘워크북’ 이란 인쇄물만 남았다.
연말이 되었고 예전처럼 다들 한 공간에 모여 왁자지껄 하며 송년회를 하진 못했다. 각자 집에서 회사에서 송출하는 영상을 보며 조용히 인사를 했다. 이날도 다들 ‘그래도 10주년의 해인데 그냥은 안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도 이내 실망으로 남았다. 구색맞추기용 회사 서비스 쇼핑포인트 5만원이 끝이었다 이마저도 과세를 하고 사용하면 아마 회사실적으로 잡힐것이다. 준다던 사내 서비스 무료 이용은 여태 소식이 없다. 이때였을 것이다. 옆 모 게임사는 연말 격려금 200만원을 세후로 전직원에게 지급했다.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해 개인 성과 및 역량에 대한 평가를 했다. 연간 회사실적은 전년대비 매출이 34% 상승 영업이익은 120% 상승했다고 한다. 역대 최대 실적이라고 한다. 다들 성과급에 대한 기대 연봉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올라갔다. 회사 실적이 이러하니 직원들에게도 분명 많이 나눠줄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어서 들리는 업계 소식은 그 기대감을 한껏 부추겼다. 게임회사들의 연봉 800 일괄인상.
이에 질세라 우리도 회사에서 전직원에게 주식을 준다는 소식을 전했다. 인당 10주씩 현재 주가로 치면 500만원 상당이다. 아마 이때가 기대감의 최고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부는 이 주식을 성과급의 일부로 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지만.. 회사에서는 성과급과는 별도라고 못을 박았다. 그렇게 평가 결과가 공개가 되었다.
뚜껑이 열렸다. 내용을 보고 만족한 사람들은 물론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큰 목소리는 주로 불만족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은 알지만.. 주변 대다수의 동료들이 불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외부에서 보는 회사는 업계 최고. 누구나 가고싶은 회사인데 내부에서는 여기저기서 이탈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이사회 의장은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노라 공언했다고 한다. 아직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기부를 어떻게 한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5조에 가까운 재산을 기부한단다. 프랑스 혁명 당시 앙트와네트를 보는 민중들이 그런 심정이었을까.. 본인의 회사에서 열심히 파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아우성인데도 불구하고 시선은 먼곳에 있다. 슬픈일이다. 몇년전 Winter is Coming 이라고 말했던 사실을 기억은 하고 있을까? 직원들은 여전히 겨울을 나고 있다. 우리들에게도 봄은 오는가?
修身齊家治國平天下 라는 말이 있다. 修身 즉 나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해야 齊家 가정을 다스릴수 있고 가정을 다스릴수 있는 자가 治國 나라를 다스릴수 있으며 그래야 平天下 천하를 평정한다는 이야기이다. 거창한가? 본 뜻은 큰 일을 하려면 작은것부터 잘 할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거액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것 좋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이 직접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게 순서가 아닐까? 동료들이 공짜를 바라는것도 아니다. 다함께 열심히 해서 회사의 역대 성과를 낸 만큼 누군가 말한 그 겨울을 이겨낸 만큼의 몫을 달라는 이야기이다. 앞으로 다가올것 같은 위기는 크게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막 다가온 호황은 모른척 있으면 회사가 내세우는 신뢰 충돌 헌신 이게 과연 가능할꺼라 보는지 의심스럽다.
요즘 코로나19로 난리다. 아니 이젠 요즘이 아니라 일상이 되버렸다고 해야할까.. 한참 여기저기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들이를 가야할 시기인데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을까 환절기 복장채비에 실수해서 감기가 오진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바람에 바깥으로 맘껏 데리고 나가지 못한게 사실이다.
소담이도 갑갑했는지 요사이 부쩍 동물원에 가고싶다고 하거나 아쿠아리움에 가고싶단 말을 많이 했다. 안그래도 동물들 좋아하는 나이.. 니모를 찾아서와 도리를 찾아서를 수십번 보며 만타가오리, 블루탱, 흰동가리 등등을 읊어대며 좋아하는 아이인데 주중에는 어린이집에 가느라,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라는 핑계로 집에만 혹은 집근처에서만 놀았다.
가만히 보고있으니 안쓰럽기도 해서 휴가를 지르고 소담이는 어린이집 땡땡이를 치고 주중에 막내동생과 함께 제주에 있는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를 갔다. 사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연간회원권을 끊었을 것이다.
얼마나 기대를 했냐면 아침에 일어나선 엄마 자는데 나와 조용히 거실로 나와 나갈 준비를 할 정도였다. 늦게 출발할까봐 아침 안먹어도 된다며 아침도 사양하고 심지어 중간에 응가를 할까봐 미리 아침에 그것도 두번이나 응가를 봤다. 할머니집 가서 고모 픽업하고 맥도날드 가서 해피밀로 맥모닝을 차 안에서 먹으며 갔다.
지난 다솜이를 낳고 엄마가 서귀포할머니 댁에서 몸조리중일때 한번 아빠와 단둘이 가고 간만에 가는길.. 게다가 옆엔 막내고모가 말벗도 해주고 있어서 그때보다 훨씬 덜 지루하게 갈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들어가니 발걸음이 신남에 취해 무지 가벼워보였다. 고모 빨리 오라며 여기엔 어떤 물고기 저기엔 어떤 물고기를 설명해주며 사람이 별로 없는 너른 전시장을 종으로 횡으로 활보했다.
사실 이동수단이 녹록치 않은 막내동생도 자주오진 못했을 터.. 메인수조 앞에서 소담이랑 막내동생이랑 있는 모습을 조금 먼 발치서 보니 자매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을 받다니 늙어가는건가 싶기도..) 똥꼬 발랄하게 뛰어다니는 소담이를 보니 큰맘먹고 휴가지르고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어딜갈까… 고민을 좀 해봐야지
덧. 근처에 마땅히 먹을만한곳이 없어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때우는데.. 떡볶이 퀄리티 너무하더라.. -_- 고추장 양념에 거뭇거뭇한게 있어서 ‘신기하다.. 여긴 떡볶이에 표고버섯도 넣나’ 싶었는데 먹어보니 떡이 탄거였다.. 욱해서 들고가서 클레임 걸까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애써 기분좋게 왔는데 내가 욱해서 싸워버리면 내 기분도 망가지고 덩달아 같이간 두녀석도 내눈치 살필거 같아서 그냥 말았다. 잘해써.
지난 토요일인 3월 10일. 소담이 접종일이었다. 접종은 폐렴구균과 뇌수막염 2종. 평소 가던 소아청소년과에서 접종을 했다. 조금 이상한건 폐구균 접종후 소담이가 열이 났었어서 해열제를 받아 왔었는데 이번에는 주지 않았다.. 뭐 그래도 집에 아세트아미노펜계 해열제 시럽이 있어서 괜찮겠지 싶어 시장을 보고 귀가했다.
접종후 보채서 빵집가서 쌀로 만든 식빵을 사서 부드러운 부분만 좀 주고 집에와서는 우유와 딸기를 먹였다. 아니나 다를까.. 열이 오르는 기미가 보였는데 38.5도를 웃돌기 시작하니 일단 아세트아미노펜을 설명에 나온 용법 (3.5cc)대로 먹였다. 울며 보채는 와중에 먹여서 그런지 좀전에 먹은 우유와 딸기를 다 토해내더라.. 약을 다시 먹여야 하나 고민하고 찾아봤는데 체내 흡수를 20분 전후로 보니 20분이 되기 전에 토했다면 다시 투약하고 20분 지나 토했다면 투약하지 않는다고 하여 다시 같은 양을 투약했다. 그러고 열이 조금 내려가나 싶었는데..
해열제를 먹이고 나서 서너시간 후 저녁에 체온을 보니 다시 38.4 ~ 38.5의 열이 있었다. 저녁을 먹이고 다시 해열제를 투약했는데 이번에도 토를 하며 게워냈다. 울고 토하고 그래선지 열은 39도수준이었다. 평소 폐구균 접종을 하면 열이 있던 아이긴 했는데 토를 한적은 처음이라.. 혹여나 열이 더 오를까 싶어 응급실을 가기로 했다. 집에서 비교적 접근이 빠른 제주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소아응급실에 가서 자리를 받고 문진을 했다. 접종은 어떤걸 했는지 해열제는 어떤 종류로 언제 얼마나 투약했는지 등을 알려주었고 평소 애가 접종을 하면 열이 오른다고도 알려주었다. 청진을 하고 귀와 목을 보고 특이사항은 없으나 독감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우리는 애가 접종하고 열이 오르는거 같으니 당장에 독감 검사보다는 좀 지켜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니 문진을 한 의사는 그럼 흉부 엑스레이라도 찍어보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자리에 와서 다시 체열을 쟀다. 응급실에 들어갔을때 잰 열 (39도가량)에 비해 비교적 조금 떨어진 38.7~8을 보였다. 소담이도 조금 진정이 되고 장소에 적응이 되는지 벽지에 그려진 그림에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 있으니 두번째 다른 의사가 왔다. 당연히 독감검사 하는걸로 알고 있는듯 검사 키트를 가지고 오며 독감검사를 하잔다. 열이 좀 내린 상태고 엑스레이 마저 특이사항이 없어 우리는 좀 더 지켜보았으면 했다. 그러니 의사는 그럼 해열제를 좀 줄테니 투약하고 지켜보잔다. 그 사이 열은 더 떨어져 38도근처를 보였다.
열이 제법 내려 편안해졌는지 소담이는 슬슬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소담이 엄마는 소담이를 안아서 침상에 기대 앉았다. 이미 잘 시간이 넘은데다 장소가 장소니만큼 엄마품에서 조금이라도 재워볼 생각이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의사가 호출했다. 침상으로 오더니 막 잠든 소담이에게 청진도 하고 처음에 했던 진료. 귀도 보고 목도 보더라.. 소담이는 깨서 울고 있었다. 깨운건 개의치 않는듯.. 문득 요로감염을 겪은적이 있냐 묻는다. 소담이는 이제까지 흔한 감기 한번 걸리지 않은 아이였다. 요로감염 겪은적이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소변검사를 한번 해보잔다.
이전에 분명 해열제를 투약하고 지켜보쟀는데 준다는 해열제는 없이 이 또 왠 검산가 싶어 멍하니 있다가.. 일단 우리끼리 이야기 해보고 검사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다. 의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로 간다. 그 사이 간호사가 와서 열을 쟀는데 좀전보다 0.2~3도가량 떨어졌다. 간호사가 온 김에 소변검사 방법을 물어봤고 침습적인 검사가 아님을 알고 정 그러면 소변검사는 해볼까 싶었다. 그 사이 다시 간호사가 와서 검사 할거면 일찍 준비하는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했다. 애가 소변을 언제볼지 모르기 떄문이다. 그래서 하겠다고 했더니 다시 아까 갔던 의사가 왔다.
당연하다는듯. 소변검사와 독감검사를 함께 준비하겠단다. 순간 화가 났다. 독감검사는 비강속으로 면봉을 집어넣어 검체를 체취하는 방식이다. 애가 당연히 가만히 있을리가 없는 검사다. 심지어 소담이는 호흡기 질환과 관련해서 어떠한 징후도 없는 상태였다. 아니 그걸 떠나서 우린 이미 이전에 두번이나 열이 떨어지고 있으니 추이를 지켜보고 하겠단 의견을 준 상태였다. 당연히 내 표정이 좋을리가 없었다.
독감검사는 필요없고 소변검사만 해달라는 내 말에 빈정이 상했는지 의사는 왜 화를 내냐며 공격적으로 나온다. 그러면서 검사를 왜 하지 않냐며 채근댄다. 본인은 애가 걱정되서 그런다는 말고 함께.. 말했다. 열이 떨어지는 추세라 좀더 지켜보고 싶다고. 아무래도 접종때문에 그런거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더니 우리를 모지리 취급 하면서 접종했다고 열이 39도 넘게 오르지 않는다며 지금 떨어지는건 해열제 효과라 이게 왜 열이 나는지 원인을 알아야한단다.. (그땐 말하지 못했지만) 기가 찼다. 해열제나 주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모를까.. 오후 네시경 아세트 아미노펜 3.5cc 먹인 이후론 해열제가 들어가지도 않았다. 병원 가기전에 투약한건 다 토했으니까..
욱한 마음에 당신네 못믿겠단 이야기를 했더니 순간 소리치며 당신이라고 하지 말란다.. 어이가 없다. 화난 환자 보호자가 병실에서 난치리는건 봤지만 그거에 맞춰서 의사도 난리치는건 첨봤다.. 말싸움이 수차례 이어졌고 마치 우리를 안아키 부모로 취급하는 그사람이 짜증나서 애엄마한테 짐챙기라 그랬다. 가자고.. 그렇게 나가서 정말 소담이가 안좋은 상태라면 다른 병원을 갈 심산이었다. 그랬더니 그사람은 끝까지 .. ‘그래 가라가 지새끼 걱정되서 이러는데 왜 저러냐’ 라며 끝까지 우릴 무개념 부모 취급했다.. 그후 정말 문제의 발언을 했다. 주변 간호사 및 의료진들에게 하는 말이었는데 목소리가 커서 병실 사람들이 다 함께 들었다.
야 저사람들 내쫓아
순간 이성의 끈이 머리속에서 끊어질까 말까 하는게 느껴졌다. 이걸 잡아준건 애엄마와 주변 보호자들이었다. 그 사람에게 입을모아 한마디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의사라는 양반이 내쫓으라는게 말이 되냐며… 본인이 애가 걱정이 되도 그렇지 그게 부모만 하겠냐란 말과 함께..
순간 우리는 제주대학교 병원 소아 응급실 한 의료인에게서 진상 보호자가 되버렸다. 여호와의 증인 부모가 ‘우리애는 수혈하면 안되요’ 라고 하는 부모나 안아키 부모가 ‘우리애에게 약을 써선 안되요’ 라고 하는 부모처럼 말이다.. 의사라는 양반이 애가 걱정되서 난리치는데 우리는 그거에 동의하지 않는단 이유다.
어찌해야 했을까? 정말 원인을 찾기위해 겨우 안정을 찾은 딸의 비강에 기다란 면봉을 꽂아 검체를 체취 해야했을까? 만약 그렇게 해서 음성이 나오면 또다른 검사.. 예를 들면 뇌수막염을 의심해서 요추천자라도 했어야 했을까? 아 물론 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고 계속 고열 상태에서 지속되거나 열이 오르는 상태였으면 당연히 검사에 동의했을것이다. 우리애는 응급실 가서 열이 오른적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추세였고 심지어 해열제도 먹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요구가 정말로 잘못된 의학 지식에 의한 일그러진 부모의 모습이었을까?
물론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소리치고 그런건 잘했다는건 아니다. 의료진들도 고충이 많다는것 잘 알고있다. 하지만 내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난리칠지 언정.. 그걸 말려야하는게 의료진의 입장이 아니던가? 본인이 정말 관철시키고 싶은게 있다면 나와 함께 고함을 지르며 말싸움을 할게 아닌 본인의 생각 사정을 조심히 이야기 하며 설득을 시켜야 맞는거 아닐까? ‘나는 걱정되서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냐?’ 란 자세보다 말이다..
모든것을 다 떠나서 마지막 내쫓으란 말은 그사람이 해서는 안될 말이라 생각한다. 소아 응급실이 그사람의 개인 진료실 개인 병원이 아닐뿐더러..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의사를 주변 보호자들은 뭐라 생각할까?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차라리 친구가 간호사로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갈껄 이란 후회를 다시금 했다.
토요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 안아키.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를 다뤘다. 물론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터라 알고는 있었다. 보는 내내 김효진 원장의 뻔뻔함에 치를 떨고 한편으로는 그릇된 정보를 알아와서 아이에게 했다가 피해본.. 하지만 본인은 아이에게 가해자가 되었다는 죄책감으로 당당히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조금만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봤더라면.. 하는 대목이 몇가지 있었다. 페이스북 오상현님이 요약을 해주셨는데 안아키 방침은 크게 네가지였다.
0) 아이들의 “해독력” 향상을 위해서는 백신과 약을 안쓰고 아이를 키워야한다.
1) 현대의약품은 독이며, 숯가루나 해독관장 등을 통해 ‘해독’해야한다.
2) 해열제가 아이들에게 지적, 행동적, 발달적, 지능적 장애 등 영구손상을 일으킨다.
3) 화상은 온찜질로 치료해야한다.
해독이니 뭐니 나는 의료인이 아니라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그치만 지극히 고등학교 정규교육까지 받은 입장에서 찬찬히 살펴본다면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
숯가루를 먹인다?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생각해본다면.. 민감한 사람들은 고기가 조금 탄 부분을 가위로 잘라서 먹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탄 음식은 암을 유발한다며 조심하자는 논리이다. 발암인지 아닌지는 논란이 많지만 어쨋든 탄 음식이 몸에 안좋다는건 대체로 사실이라고 한다.
자. 그럼 이제 숯을 보자. 숯은 무엇인가? 나무가 탄화되어 만들어진게 바로 숯이다. 탄화 말 그대로 태워서 만든다는 말이다. 탄 음식은 발암물질이라는데.. 탄 나무는 의약품으로 해독하는데 쓰인다? 뭔가 말이 이상하지 않나?? 연료로 숯이 쓰이는 경우를 빼고 숯이 어디다 쓰이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숯은 물을 정화시키는데 쓰이기도 한다. 활성탄이 바로 그것이다. 숯에 특별한 과정을 거치면 미세 기공이 더 많아지는데 이것을 활성탄이라고 한다. 미세기공이 많다는 이야기는 표면적이 넓다는 의미이고 숯의 특징인 흡착력이 활성탄에선 더 높아지게 된다.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이 크기때문에 정화, 정수에 쓰이는 것이다.
의사 인터뷰에 나오는데 숯가루를 먹이는 경우는 농약 등 독극물을 먹은 경우가 아니면 없다고 한다. 장관 내부에 있는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용도로 먹인다는 뜻이다. 핵심적으로 삐딱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아이들이 해독이 뭐가 필요할까? 이다. 엄마 아빠 몸이 오염되서? 백신으로부터? 약으로부터?
해열제(현대 의약품)는 악이다?
인류의 평균수명은 현대에 와서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이것은 의학, 약학(과학)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한다. 옛날에는 삼칠일 백일 첫돌을 크게 기념했던게 그 이유이다. 출산후 3주간 산모가 무사히 있는 것을 기념하는것이고 생후 백일/1년을 무사한것을 기념하는것이다. 왜 기념하는것일까? 그만큼 그 기간에 사고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되는것이다. 경제 규모가 달라져서 먹는것도 잘 먹기때문에 이젠 큰 걱정이 없는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것은 의학의 발달이다. 그것도 현대 의학.. 무서운 전염병이었던 천연두가 백신으로 사라졌고 많은 감염증세로 죽어가던 사람들을 페니실린이 살렸다.
사람이 열에 의해서 위험해 지는 경우는 두가지다. 열이 없거나(저체온증) 열이 너무 많거나(고열, 화상) 저체온으로 심각해지는 이유는 신진대사가 떨어져서 그런것이고 고열이 위험한 이유는 체내 세포들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아플때 열이 나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따라서 감기 혹은 병에 걸렸을때 열이 나는건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심하고 오래 지속되었을때가 문제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구성 물질중 대다수가 단백질이다. 정규 교육과정을 마쳤다면 과학시간에 단백질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 중 단백질은 열을 받으면 응고 한다는 성질이 있음을 배운것을 기억 할 것이다. 또한 상식적으로 한번 응고한 단백질은 다시 원래 상태로 변화 시키지 못함을 알 것이다. 이를 단백질 변성의 비가역성 이라 한다. 이 내용을 체열에 가져와서 적용하면 고열이 지속되면 몸속 단백질의 비가역적 변성을 초래함을 유추 해 낼 수 있다. 지속되는 고열에 열을 내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단백질이 변성된다는 말은 체내 주요 장기들이 망가진다는 이야기와 거의 동일한 이야기이다. (특히 뇌)
그렇다면 열은 어떻게 내릴까? 실내온도를 내리거나 피부 위로 미지근한 물을 적신 수건을 닦아주며 자연스레 열이 내려가도록 유도를 해 주는 방법도 있지만 (심한 경우는 얼음을 직접 쓰기도 하는데 이건 정말 응급할때 쓰는것. 평소엔 오히려 근육이 열을 내도록 유도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떨어지지 않는다면 해열제의 도움을 받는것이 현명한 것이다.
해열제 현대의약품이 악이라고 쓰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대증요법으로 열이 안내려간다면? 고열로 타격이 받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고열로 인한 타격은 비가역성이라고 위에 적어놨다.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다. 돌이킬수 없는 상황까지 안가도록 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싶다. 해열제 내성떄문에 꺼려진다고? 도시괴담에 낚이셨다.. 일반적으로 해열에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내성이 없다. (타이레놀 광고를 보시라…)
현대의약품의 과용/오남용으로 인한 폐해가 없다고 할수는 없다. 그치만 한번 태어난 아기가 첫 돌까지 살아서 다행이다 할 정도로 잔치를 하지 않는 시대가 온것 또한 현대의학의 힘이다. 해열제를 포함한 현대 의약품이 있기에 옛날에 비해 아기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것이다. 과용/오남용이 악이지 그 자체가 악은 아니란 말이다.
화상은 온찜질?
해열제에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사람의 몸은 단백질로 구성된다고 배웠고 앞서 적어두었다. 이는 우리 피부조직도 마찬가지다. 화상은 기본적으로 고온의 열에 피부가 손상되어 생기는 상처다. 즉 여기도 열이 문제가 된다.
불을 펴 보고 끌때 보면 알겠지만 불이 꺼졌다고 해서 그 아래 타던 물질의 온도가 갑자기 만져도 될 정도로 확 떨어지는게 아니다. 단지 불씨가 살아나지 않을 정도의 온도 아래로 만 내려갔을 뿐이다. 이것을 사람의 피부로 가져와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뜨거운것에 노출되어 화상을 입었는데 뜨거운것을 치웠다고 해서 화상의 진행이 바로 멈추는게 아니다. 그 뜨거운 열이 피부위로 옮겨와서 열이 피부에 남아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화상의 응급처치로 서둘러 찬물로 화상 입은 부위의 화기를 빼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비가역적 변형이라고 하였다. 아직 정상적인 피부 조직이 비가역적 변형이 오기 전에 얼른 화기를 빼라는 말이다.
그런데 온찜질을 하라고? 이것은 산불을 끄고 나서 불씨를 남겨둘려고 슬금슬금 부채질을 하는 꼴이다. 화상중에 저온화상 이란게 있다. 뜨거운것을 잡아 확 입는게 아니라 저온의 열에 장기간 노출되어 입는 화상이다. 심하게 화상을 입었는데 거기에 더불어 저온화상까지 얻으려고 하는 행동이랑 같다고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불이 났으면 얼른 불을 꺼야한다. 화상도 마찬가지다 화상을 입었으면 더 다치기 전에 얼른 찬물로 뜨거운것을 빼주는게 당연한것이다. 나보다 더 배운 전문가가 이것을 뒤집는다? 그럼 그 전문가의 주장이 잘못된거다. 진리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현대 의학으로도 아직 고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방송에 주로 다뤘던 아토피의 경우가 그 경우라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먹는게 문제라 그게 피부로 발현된다 라는 주장부터 공기가 오염되서 그렇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하지만 아토피의 경우 중요한사실은 가렵다고 피부를 긁어 피를 내는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질병이 이런 상처를 통해서 감염이 된다. 긁어 피를 내고 상처를 만든다면 이런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안아키 운영자 그사람은 가려우면 긁게 두고 햇볕을 쪼이고 소금물로 씻으란다.. 이건 합병증 생기게 두라 라는 말고 동일한 말이다.
피해자에겐 안타깝지만 이런 사태가 점점 커질수록 비판적인 사고가 중요해가는구나 를 느낀다. 어느 팟캐스트에서 들은 내용인데 우리나라 과학 상식이 중1 수준이라고 한다. 근데 중1 수준이라도 되면 다행이지 싶다..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과학은 입시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그 내용마저 입시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적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간 정립하고 만든 변하기 힘든 이론이고 법칙이다. 그것들 중 기본적인 내용은 상식으로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머리에 계란흰자 팩을 하고 온수로 머리감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지난 금요일인 26일. 출근하려고 양치질 하고있는데 문 밖에서 노크를 한다. ‘소담이가 똥쌌나?’ 싶어 문을 열었는데 초췌한 짝궁이 나를 보고 오늘 휴가 쓰면 안되겠냐고 묻는다. 밤새 소담이와 씨름하느라 수면이 부족했는지 머리도 띵한상태.. 그러겠노라 하고 사무실에다가는 급히 오늘 휴가를 쓴다고 공유하고 휴가를 냈다. 소담이를 받아들고 짝궁은 들어가서 자라고 해서 보냈다. 그렇게 나의 주말은 하루 일찍 시작되었다.
오전에 잠을 좀 잤는지 짝궁은 컨디션이 조금은 좋아진 모습으로 ‘반차 쓰라 그럴걸 그랬나?’ 라고 말한다. 흠.. 반차라 까이꺼 그냥 하루 퉁친거 놀자. 이러고 앉았는데 바깥 날씨가 소위 ‘역대급’ 하늘인것이다. 집이 남향 건물이라 집에서 한라산이 보이는데 한라산의 나무들 디테일이 쨍 한것이 이런 하늘은 일년에 한두번 정도밖에 볼 수 없는 하늘이 될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슬쩍 짝궁 눈치를 살피고 운을 뗐다.
나 생일선물 딴거 필요없다. 내일 (27일) 소담이 재우고 취미생활 좀 할게
짝궁의 콜 싸인이 떨어졌다. 그런데 어라? 역시나 이런 하늘을 놓치고 싶지 않은지 함께 별을 보는 동호회분 두분이 계신데 오늘 모처에서 함께 별을 본단다. 아.. 어 음… 다시 슬쩍 이야기했다.
소담이 재우고 오늘도 잠깐 나갔다 올 수 있어
그렇게 주말 이틀간의 좌충우돌 별빛방랑이 시작되었다. 하늘 상태로 봐선 10인치 돕소니언도 들고 나가서 함께 관측도 하고있었으나 욕심(?) 부리지 않기로 하고 피기백 적도의인 SkyMemo S와 카메라만 챙겨 나왔다.
풍경이 함께 담긴 은하수 사진을 찍으려고 평소 5.16도로변 점찍어둔 장소로 향하는데 모이기로 한 분들 아직 보고있으려나 싶어 모임 장소로 갔더니 해산하는 (내 일행이 아닌) 분들이 계시고 그 외엔 없는걸로 보아 해산하신듯 했다. 그대로 내가 찜해둔 장소로 가려고 차를 타고 계기판을 봤는데 아뿔싸…
차에 주유경고등이 들어와 있던것이다. 시간은 새벽 한시.. 24시간 여는 주유소는 반대방향으로 22km거리… 어쩌겠나.. 사진찍고 돌아올때 퍼지는것보다야 차를 돌려 주유해야지. 기름 바닥나서 퍼질까봐 조마조마하는 심장을 부여잡고 최대한 악셀링을 자제하며 주유소로 가서 주유를 했다. 그러고 나서 고민이 들었다.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기왕 나오기도 했고 다시 또 언제 나올 수 있을지 몰라서 못먹어도 가서 딱 한장만 찍더라도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도착하니 시간은 새벽 두시반 가량.. 주유하느라 한시간 넘게 길바닥에서 소비했던것이다. 밤중이라 지나다니는 차는 그리 많지 않겠지 싶어 도로 주변에 장비를 설치해서 찍기 시작했다. 망원경을 가져간게 아니라 세팅도 간단히 끝냈고 하늘을 보니 여기서 이정도면 대박 하늘 맞다 싶다.
장비 세팅하고 남쪽을 봤는데 아뿔싸.. 남쪽 하늘이 생각만큼 개방이 되어있지 않았다. 원래 의도한건 남쪽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은하수를 찍고싶었는데.. 그 모습은 담기 힘들듯 했다. 거기다가 차량 통행은 생각보다 많아서 보통 한컷에 3분 노출 주는데 그 사이 차가 한두대씩은 꼭 지나갔다.
‘아.. 무리해도 첨 생각했던 미악산이나 가볼껄’ 이러며 쌀쌀해서 가져갔던 버너에 물을 올려 인스턴트 커피 한잔을 마셨다. 툴툴 거리며 기왕에 온거 궁수자리 주변과 전갈자리 주변이나 좀 찍고 철수해야겠다 싶어 구도를 맞춰 찍는다.
지나가는 차의 상향등 영향인지 눈으로 봤을때보다 하단의 광해가 좀 심했다. 시간을 보니 세시반쯤.. 그래도 네시즈음엔 들어가야 미움을 덜 받을거라 생각하고 철수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예전 같았으면 해뜨고 들어갔을터;;) 다음날 다시 나갈것을 고려해서 장비는 차에 두고 카메라만 들고 정리했다. 정리중 짝궁이 방 문을 열고 나오는데 푹 잔듯한 모습. ㅎㅎ 다행이다 싶었다. 갔다 왔는데 잠을 제대로 못자고 초췌한 모습이면 많이 찔렸을거 같다. 저렇게 고생하는데 난 속없이 취미생활이나 하러 다니고..ㅎ
그렇게 기름때문에 정신없이 보낸 다음날. 소담이를 재우고 이번엔 10시쯤 나섰다. 낮에는 어제 못지 않은 하늘을 보여줬었는데 그 사이 습도가 올라간건지 어제만큼의 은하수를 보여주진 않는듯 했다. 이번엔 목표로 했던 미악산을 가기로 했다. 해군 레이더 기지가 있는 오름이긴 하지만 임도로 정상 턱밑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다 사진으로 봤을땐 바다쪽이 탁 트여 내가 찾는 뷰로는 적당하겠다 싶어 간 미악산.. 어제의 실패를 만회하겠다 싶어 갔는데…
차를 세우고 장비를 주섬주섬 꺼내 야간 산행을 하려는데 개 짖는 소리가 요란히 들려온다. 부대에서 키우나 싶어 개의치 않고 준비하는데 ‘으르르’ 하는 개 짖기 전 그로울링 소리도 들린다. ‘이상하다.. 이 소리가 들릴 거리가 아닌데’ 싶으면서 떠도는 들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눈에 보이진 않기에 여차하면 삼각대로 후려칠 생각을 하고 나섰다. (등산로 반대편에서 들려서 오르는덴 큰 문제 없었다.) 그렇게 3분정도 올라가니 정상이라고 적힌데를 봤다. 바닥은 데크 (별 사진 찍을때 바닥이 데크이면 움직일때마다 데크도 함께 흔들려서 좋지않다) 인데다 남쪽으론 숲이 울창하다.
이상하다 싶어 다른쪽 (B 코스 정상이라고 적혀있다) 길로 가면 내가 원하는 장소가 나오나 싶어 5분가량을 가는데 보이질 않는다. -_- 얼마나 더 가야할지 가늠도 되지 않고 개는 짖고 그래서 다시 차로 돌아왔다. 순간 ‘멘붕’의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허탕인가 이러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자주 찾는 장소로 차를 돌렸다. 대략 30분정도 거리이다.
관광객도 종종 찾는 장소인데다 자주 찍는 곳이라 좀 다른곳에서 찍고 싶었으나 딱히 대안이 없었다. 군산 을 가는 방법도 있긴 했으나 왠지 여기서 더 망하면 안되겠다 싶어 가던데를 다시 골랐다. (군산은 딱 한번 가봤는데 바다와 딱 붙어있는 뷰라 생각한 사진이 나올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렇게 어제 집에 돌아갔던 시간과 얼추 비슷할때까지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사진을 점검하는데..
앞으로 또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조바심떄문이었을까..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대상을 담으려고 했나 싶다. 촬영 매수가 모자라 어느것 하나 깔끔하게 작업이 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천체사진은 별이 일주하는 속도에 맞춰 별을 추적해주는 장비로 사진을 여러장 찍어 데이터를 확보해서 그 정보들을 겹쳐 신호대 잡음비인 SNR을 높혀 찍곤 한다)
어제 찍은 사진보다도 디테일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ㅠㅠ 보통은 한 구도로 한시간남짓 좀 길면 한시간 삼십분정도를 찍는데 이날은 각각 삼십분도 노출을 채 못주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늘 상태가 그래도 평소보다 양호하니 괜찮겠지 싶은게 더 화근이었나보다.
그나마 천정에 있는 대상은 볼만한 수준으로는 나왔으나 여기도 데이터 부족.. 언제 또 나갈진 모르겠지만 아쉬워도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사태가 왔다. 하긴 뭐 이렇게 해야 취미 활동이니.. 이러다가 원하는 사진이 나올때 그 맛으로 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밤중 빛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없는데 혼자 있으면 무섭지 않냐는 사람들 말에 ‘사람이 있는게 더 무서워요’ 라고 한다. 혼자 있으면 심심해서 사진 찍는 동안 별 볼 장비도 있고 앉아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 들으며 게임도 하고 저렇게 사진 놀이도 하고 하다 보면 시간 금방 가더라..
카메라 두개를 들고가서 하나는 가이드(추적)촬영 걸고 다른 하나는 이처럼 일주사진 촬영을 걸어놓는다. 일주사진을 걸어놓으면 좋은점은 여러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록 가이드 촬영처럼 화려하게 보이진 않지만 위 V사진처럼 놀수도 있고 아래와 같이 타임랩스를 만들수도 있다.
적고보니 장비 이야기를 따로 써보는것도 좋을듯 한데.. 기약 없다 일단 킵해두고 적어봐야겠다.
아직은 은하수가 자정즈음이 되어야 볼만큼 올라오는데 여름이 되어갈수록 올라오는 시간이 점점 앞당겨진다. 그야말로 은하수의 계절이 돌아오는 셈이다. 그러고 나면 전국 포인트 곳곳에서 이런 은하수 사진을 찍는다고 사람들도 몰려들 것이고 취미가 사진이냐 별이냐에 따라서 서로 볼멘 소리도 조금씩 들려올 듯 하다. 그치만 그 장소도 장소거니와 밤하늘엔 주인이 없는법. 작년 페르세우스유성우땐 일부 지역에서는 전조등을 끄고 관측지로 들어가던 차가 누워 별보는 사람을 칠뻔한 적이 있다는데..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이런 문제 덜고 함께 재밌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혼자 이렇게 눈치보며 찔끔찔끔 나가는 낙에 살고 있다. 아까 슬쩍 소담이 밤잠이 길어지면 또 보내주겠지? 이랬는데 어림도 없단다 ㅋㅋ 그래도 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이런기회에 한번 두번 내보내 줄거라는걸.. 그런면에선 결혼 참 잘했다 싶다. 취미를 존중해주니깐.. 🙂 어여 소담이가 커서 같이 캠핑나가 별도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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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출산후 3개월이 훌쩍 지났다.
소담이는 생후 한달여 중 대략 이주 쯤 안되게는 병원 및 조리원에서, 그리고 나머지 이주 가량은 외할머니댁에서 지냈다. 그렇게 3월이 되었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 함께 지내고 있다. 물론 중간에 엄마가 무지 힘들다 싶을때 1주 가량 다시 처가에 내려가기도 했었다. (일명 엄마찬스.. 내겐 장모님찬스)
애 키우는게 이런거구나 싶은 요즘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육아헬‘ 이라고 말하던게 왠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나야 주중 출근하는 핑계 그리고 그걸 배려해주는 소담 엄마덕분에 밤에 잘땐 따로 떨어져 자서 덜 힘들지만 초기 신생아땐 오밤중에도 한두시간마다 수유를 하고 하는것을 보노라니 내가 시간될땐 내가 보고 쉬게 해야겠단 생각이 절로 들더라..
무튼 그래서 퇴근하고 들어와 왠만하면 내가 소담이를 보려고 하고는 있지만 짧다.. 집에 들어오면 얼추 7시.. 저녁먹고 씻고 하다보면 어느새 잘 시간. 내가 일 하고 있을 동안 애와 씨름하고 있을 소담 엄마를 생각하면 내가 좀 더 돌보고 싶은데 시간이 짧더라.. 그러다보니 주말에 마사지를 받으러 보내놓고 내가 본다던지 혹은 낮잠을 자라고 들여보내놓고 내가 보곤 하는데 이것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으니 아쉬울 따름..
사실 이 한계라는게 처음엔 모유가 얼마 나오질 않아 걱정했는데 지금은 (물론 소담 엄마는 양이 아직도 적다고 걱정이다) 분유를 먹지 않아서 걱정이다. 모유도 먹고 분유도 먹고 그러면 정 힘들땐 엄마는 쉬고 소담이는 내가 보면서 분유를 타 먹이면 되는데 그게 안되니… 오로지 엄마 맘마다. 소담 엄마는 양때문에 걱정인데.. 글쎄? 애 몸무게는 꾸준히 늘고있고 싸는것도 잘 싸는걸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거 같다. 물론 투정이 좀 심하긴 하지만.. 그게 배고파서 그런건지 졸려서 그런건지 아님 불쾌지수가 높아서 그런건지 알 길이 없다. 아 졸려서 그런거랑 배고파서 그러는거는 어느정도 분간이 가긴 하나.. 그게 100% 맞겠나 싶다.
그렇게 둘만 있었던 공간에 셋이 그리고 소담이 위주로 맞춰 살아가고 있다. 빡센 육아도 육아고 체력도 고갈되어가는게 느껴진다. 배고프다고 투정부리거나.. 특히나 밤에 잠도 안자면서 졸리다고 투정 부릴땐 무척이나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하고 우리 둘이 함께 살면서 집에서 이렇게 육성으로 웃어본적이 몇번이나 있나 싶기도 하다. 100번 힘들다가도 한번 소담이가 웃어주면 피로는 날아가는것 같고 엄청난 소리의 방귀를 뀌거나 모유먹고 트림시키는데 내가 하는 그것과 비슷한 소리가 나면 정말 육성으로 함께 껄껄대기도 한다.
그렇게 땀도 흘리고 웃기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소담이는 몸무게가 7키로에 가까워져 가고 밤잠도 이젠 제법 잔다. 10시쯤 잔다고 치면 처음 깨나는 시간이 대략 새벽 서너시다.. 내리 대여섯시간은 자는셈. 그러고 보니 어느덧 100일.. 100일의 기적이 이런건가 싶기도 했는데..
뭐 여튼 백일은 간소하게 집에 차려놓고 직접 100일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나름 엄마 아빠의 손이 들어간 100일상인데 나중에 본인 사진 보고 뭐라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ㅎㅎ 집이 남향이라 배경정리는 간단히 천을 창가에 매달아 놓고 역광으로 촬영했다. 반대쪽으로 놓고 순광으로 찍을까도 했었는데 이 편이 조금 깔끔한거 같다. 조금 더 커서 목을 완전히 가누게 될 때쯤 셀프 스튜디오라도 데리고 가서 찍어줄까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뒤집기를 시작했다. 뒤집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백일의 기적으로 보였던것은 백일의 기절로 된건가 싶다. 이번주 부쩍 잠투정도 심해지고 밤에 잠도 깊게 자지 않는편..
간혹 백일이 좀 지나고 나서 이런 시기가 찾아온다고 하던데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진리는 안다. 뭔가 편해진게 생기면 또다른 무엇인가가 찾아온다고.. 아마 다시 잠을 잘 자기 시작한다면 그땐 수시로 뒤집는것을 확인해야 하는거 아닐까 싶다. 숨이 막히지 않게.. 잘때는 뒤집지 못하게 할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거 같기도 하다.
하루가 다르게 크고있는게 보이고 게다가 이 시기 잠깐 한눈 팔면 이 시기는 다신 오지 않기에 오버를 해서라도 되도록이면 많은 기록을 남기려고 하고 있다. DSLR이 거추장 스러워 스냅용 카메라를 하나 사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지금은 보류를 하고 있는 장비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필요하다 싶을때 점지해둔 카메라를 살거다. 갤럭시S7 카메라도 꽤나 좋더라.. 특히 동영상은 4K를 지원하다보니 용량만 받쳐준다면 굳이 동영상용 바디를 따로 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OSMO에 눈이 가는건.. 아마 소담이가 걸음마 할때쯤이면 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엄청난 고생을 하며 낳았고 소담이는 그야말로 젖먹는 힘을 써가며 지내서 어느덧 100일까지 잘 커 왔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만 준다면 더 이상 바랄건 없을거 같다. 아니.. 바랄건 좀 있을거 같다 ㅎㅎ 투정을 좀 덜 부린다던지…
지난번 병원방문때 이야기를 나눈것처럼 유도분만을 하기 위해 예정일에 맞춰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9시에 입원수속(이랄건 딱히 없었지만)을 하고 대략 10시쯤 분만실이 있는 공간으로 가서 옥시토신 (분만 유도제)이 섞인 수액을 맞기 시작했다. 아직 병실이 나온데가 없어선지 분만실 옆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밖에서는 제왕절개를 하기 위해 들어온 산모 및 그 가족들도 있었다. 수술실 들어가고 얼마 있지 않아 ‘으앙’ 하는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수술을 하면 저리 빨리 출산 하는구나’ 싶었지만 회복도 빠르고 본인은 미음싫고 출산하면 바로 밥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기로 했다. 그런 사이 병실이 나왔고 병실로 이동하여 내진을 하는데 20%정도 진행이 되었다고 한다.
14:40
진통 주기가 대략 2분 30초쯤 되는듯 했다. 그래도 아직 진척은 딱히 되고 있지 않는 상태. 양가에 입원했다 알리긴 했지만 처가에서 오는 시간이 그래도 좀 걸려서 아직은 오지 마시라고 한 상태. 슬슬 진통의 세기가 세져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15:35
슬슬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 될 듯 한건지 무통주사 카테터를 삽입해두었다. 바로 맞을까도 했는데 일단은 좀 더 견뎌보고 나중에 주사 연결을 하겠다고 했다. 진통은 꽤 있어 보이는듯한 모습이었지만 아직은 참을만 한가보다.. 이때 양수가 터지기 시작하였고 장모님께 출산하면 오시라고 했던 산모가 이젠 와도 될거같다며 연락을 했다. 병원 관계자들 말로는 초산 치고는 진행이 빠른편이라고 했다.
15:50
내진결과 40%진행이 되었다고 한다. 슬슬 본격적인 준비를 하려는지 산모 관장을 진행했다. 약을 주입하고 5분가량 참고 있다 볼일을 보라고 하여 그리 했는데 진통이 겹쳐서 매우 힘들어 했다. 화장실 들어가서 한참을 있다 나왔는데 일어나는게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진통이 오면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 어금니 물고 참고 있는 표정이 보인다.
16:30
진통이 심해지자 무통주사를 달아달라고 하여 달았다. 약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진통이 좀 덜한 모양이다. 허리로 느껴지는 진통까지는 어찌 할 방법이 없다고는 하였는데 일단은 배로 오는 진통이 덜하니 좀 괜찮아졌나보다. 이후 퇴근하신 어머니가 왔고 그 후엔 서귀포에서 장모님도 넘어오셨다. 태동 검사기를 계속 달아서 태아 심박과 진통을 함께 모니터링을 쭉 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위 말하는 ‘무통천국’ 이 지나가고 본격적인 허리 진통이 시작되었다. 복부로 느껴지는 진통 역시 있을듯 하지만 허리 진통이 더 아픈지 계속 허리가 아프단 이야기만 했다.
아직까지는 심쿵이가 많이 내려오지도 않았고 문도 많이 열리진 않은 상태로 계속 추이를 지켜보자고 했다. 분만해줄 원장님이 다녀가는데 그래도 오늘 안에는 분만 가능할거 같단 이야기를 하시고 가셨다.
21:30
무통주사 맞던게 끝나서 이제 본격적인 진통을 느낄때가 되었다. 그와 함께 조금 이르긴 하지만 분만실로 이동했다. 나중에 더 아파오면 움직이기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 옮겼는데 그 이유도 있긴 했지만 분만 침대가 진통이 올때 산모가 힘주기 용이한 구조로 되어있어 옮긴것도 있는 듯 해 보였다.
가족분만실이라고 해서 들어갈땐 보호자가 함께 들어간다. 다른 병원은 출산 과정 전체를 함께 하는데도 있는듯 한데 우리가 간 곳은 출산 당시에는 밖에서 기다렸다가 부르면 다시 들어가서 탯줄을 자르는 식이었다. 르바이예 분만이라고 해서 태아가 태어났을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두운 조도를 유지하고 잔잔한 음악도 틀어준다.
진통이 오면 소리내며 아파했는데 간호사들은 오히려 그러면 출산힘들다며 심호흡을 하며 진통이 올땐 소리내지 말고 배에 힘을 주라고 했다. 아마 자궁 수축을 복압으로 하면서 태아를 아래로 내려가게 하기 위함인듯 했다.
이게 초산이라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아 산모가 많이 힘들어 하긴 했는데 그래도 침대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방법을 아니 꽤 따라가는 눈치였다. (내가 봤을땐..)
22:42
고된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진을 해 보더니 태아가 제법 내려 왔단다. 이제 손가락 하나만큼만 더 내려오면 될거같다고 힘 잘 주라며 가버리자 이제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지 진통올때 힘주는데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 모습이었다. 조금 지나 이제 분만을 시작하려는지 보호자는 잠시 밖에서 대기 해달라고 하고 분만실 내부에서 준비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때 나도 가운을 입고 대기했다.
이후 분만해줄 원장님이 들어가시고 내부에서는 간호사들이 산모 배를 누르며 도와주는듯한 소리가 몇번 들린 후 기적같은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23:54
산달이 다 차도 그렇게 엄마 뱃속에서 놀며 내려오기 싫어하던 그 심쿵이가 드디어 밖으로 나와 세상 공기를 마시며 터지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잠시후 문이 열리더니 보호자 들어오라고 하고 라텍스 장갑을 낀 손에 가위를 쥐어주며 탯줄을 자르게 했다.
주위사람 다 들으라는듯 울던 심쿵이는 이후에 엄마 가슴 위로 올려지고 엄마 심장소리를 듣더니 언제 울었냐는 듯 조용해졌다. 뱃속에서 40주를 들었던 그 소리가 들리니 안정이 되나보다.
그렇게 심쿵이는 40주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40주가 되는 날 밤 11시 54분 태어났다. 어찌보면 이름과 참 걸맞는 출산이 아닐까 싶다. 태명 ‘심쿵’ 예상치도 못하게 엄마 아빠를 ‘심쿵’하게 만들며 다가온 이 아이는 이제 ‘부족하지 않고 그렇다고 과 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란 뜻으로 ‘소담’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2017.02.09. 출산 이후 그 간의 이야기.
자연분만한 덕분에 소담이 엄마는 출산 다음날부터 바로 병원에서 주는 일반식을 먹기 시작했다. 출산을 딱 하고나니 그간 있었던 아픈게 싹 사라졌단 이야기를 하더라.. 지독한 통증을 겪고 난 뒤라 다른 통증은 통증으로 생각이 되지 않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회진 도는 원장님이 얼굴을 보더니 여기 입원해있는 다른 산모들보다 안색이 훨씬 좋단다.
그렇게 컨디션을 회복하고 출산 이틀뒤인 토요일 조리원으로 옮겼다. 같은 병원건물에 있어 소담이는 직원분들이 알아서 옮겨주었다. 입원실에 있는 동안에는 주변 사람들의 면회가 자유로운 반면에 조리원은 보호자 1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 아마 교차감염을 줄이고자 외부인 접촉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가 아닐까 싶다.
대신에 조리원 신생아실 신생아 배치는 전면 유리를 따라 배치를 해두어서, 보고싶을때 가서 보여달라고 요청해야하는 입원병동 신생아실과는 달리 보고싶을땐 바로 가서 직접 볼수 있는게 달랐다. 덕분에 퇴근후 조리원을 가면 원없이 (수유하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할때는 힘들지만) 볼 수 있다.
이제 고민거리는 ‘모유’ 가 된거 같다. 출산후 처음엔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단다. 그래서 아이에게 엄마 가슴을 직접 물려 모유를 먹도록 유도해야 모유도 잘 나오고 아이도 모유에 적응을 하게 되는데 애가 너무 보채면 모유대신 분유를 먹게 하니 생존에 관한거라 그런지 요녀석이 엄마 가슴은 잘 안나오고 젖병은 쉽게 나온다는걸 알았나보다. (이런건 안닮아도 되는데..) 수유연락 받고 가서 물려보면 몇번 빨아보다가 뱉고 울어버린단다. =_=.. 그래서 어쩔수 없이 젖병에 분유를 타서 먹이고 오곤 하는데 이게 엄마 입장에서는 초조하고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리는듯..
그래도 처음에 비해서 유축을 해보면 나오는 양이 서서히 많아지는듯 하다. 얼마전까진 유축하면 병 바닥에 찰랑거리는 수준에서 이젠 그 수위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단다. 마사지도 받아보고 하고있는데 이부분은 좀 지나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일기를 얼마나 자주 얼마나 꾸준히 쓸진 모르겠지만 이젠 육아기를 써야할듯 하지 않을까.. 앞으로는 심쿵이일기가 아닌 소담이일기로.. 탈 없이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이 바램도 시간이 지나면서 욕심처럼 한두가지씩 더 붙을지는 모르겠지만..^^;
17.1.7 병원방문. (36주차)
1년이 금세 또 지나 17년이 되었고 새해 첫 병원방문이었다. 막달 검사를 한다고 해선지 대기시간(나만)이 꽤 길었다. 짝궁은 그 사이 태동검사도 하고 이것저것 하느라 분주했다.
초음파를 찍어 보니 심쿵이가 엄마 척추쪽을 바라보고 있어 잘 찍히지 않는듯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심쿵이 발육은 평균보다 큰 상태.. BPD/AC/FL이 9.32/32.75/6.86으로 몸무게 2.9kg추정. 전체적으로 1월 말쯤으로 예정일이 잡혀 나오곤 했다.
이제부터 매 주 병원 방문하기로 했다. 출산예정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이제부턴 언제 출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라 그런듯 하다.
심쿵이가 슬슬 바깥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건지 짝궁의 치골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머리가 골반근처로 내려가면서 그쪽 뼈들이 슬슬 늘어나고 있는듯..
1.13 병원방문. (37주차)
14일 처 고종사촌의 결혼이 있어 전날 병원에 들렸다. 오후 반차를 쓰고 병원 시간을 예약하고 가니 그나마 대기는 좀 덜한듯 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기다리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ㅎㅎ
여전히 열심히 자라주어 BPD/AC/FL은 9.25/33.46/6.96 몸무게는 3.1kg가량으로 추정된다. BPD가 지난주보다 작아졌는데 이건 측정 오차인가 싶다. 이날은 오똑한 콧대를 오롯이 보여주었다. 더불어 메롱 하는 혀까지.. 🙂
치골통은 점점 더 심해져서 장시간 걷는게 부담스러울 정도. 막달검사 결과 비타민D가 낮다고 해서 비타민제를 복용하기로 했다. 칼슘과 함께 골다공증에 관여하는 요소인데 너무 실내생활만 해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그 부분을 빼면 나머지는 다 괜찮다고 한다.
부쩍 자궁수축도 잦아지고 가진통 스러운 진통이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왠지 분위기상 초음파 결과 상으로도 설때 부랴부랴 병원 가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1.21 병원방문. (38주차)
설 전 병원방문이다. 사람들이야 뭐 여전히 많았고.. 아직까진 이렇다할 출산 징후가 보이진 않고 있어서 뭐 그냥저냥 진료를 봤다.
BPD/AC/FL은 9.37/34.66/7.31로 3.4kg추정. 이정도 자라는건 정상치라고 말씀주신다. 순간 잘못들었나 싶었는데.. 정상치 란다. 항상 조금 크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심쿵이가 출산임박하니 크는걸 좀 쉬려는건지 생각보단 덜 컸다. 몸무게가 좀 걸리긴 하지만.. 정상이라니 짝궁은 ‘무난하게 진통와서 자연출산 하겠구나’ 싶어하는거 같다.
다음번 진료는 설 연휴 지난 31일.. 설 연휴에 혹시나 징후가 보이면 입원실엔 당직중인 인원이 있으니 언제든 와서 입원하라고 하신다. 정말 출산이 가까워지긴 했나보다. 하긴 그렇지 않아도 부쩍 치골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자궁수축의 빈도 그리고 강도도 점점 강해지는듯 하다. 다음번 진료시 내진 한다고 한다. 보면서 유도분만을 해볼지 자연 진통을 기다릴지 정하신단다.
근데 출산 임박하면 태동은 많이 약해져서 잠잠하다던데.. 왜 이리 활발한지 모르겠다 ㅎ
1.31 병원방문. (40주차)
설 연휴 무사히 지내고 병원진료를 받았다. 생각대로 급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연휴 전날 날이 좋아서 산책도 했고 설 전날엔 처가에도 갔으며 설날엔 세배도 다녔다. (물론 절은 못하긴 했지만) 그런데 왠걸.. 이녀석 열흘 남짓 되는 사이에 또다시 폭풍성장을 했다;; BPD/AC/FL이 9.59/35.89/7.28로 3.7kg 추정…
초음파 보시던 선생님도 ‘어? 음..‘ 이러신다ㅎㅎ 일단 배위에서 초음파를 보고 내진을 위해 나는 일시 퇴장. 내진을 해보니 골반은 중간정도는 된다고 하는데 달력을 보고 고민하시더니 결정을 하라고 하신다. 이 결정은 언제 입원할지.. 예정일인 2월 2일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 봐서 2월 6일 두 날짜중에서 결정 하라는데..
일단은 출산 당사자가 결정을 해야할거 같아서 짝궁에게 넘겼더니 고민한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2일로 할까?‘ 라고 말을 건네왔다. 나도 같은 생각. 4일 더 기다려봐야 심쿵이가 더 크기밖에 더 하겠냐 라는 생각이었다. (지금도 충분히 크기때문에..)
2일 오전 9시 입원해서 유도제 맞기로 결정을 했다. 가급적이면 수술을 하지 않고 싶어하긴 했는데 결과가 어찌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자연진통 보다는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긴 하는데 뭐 사실 그게 어쩔 수 없는게 유도분만은 자연진통이 없으니까 인위적으로 유도를 해 내는거 아닌가.. 인위적이다보니 사람 몸이라는게 맘처럼 되지 않다보니 유도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수술로 이어지는게 아닌가 싶다.
자연진통으로 자연스럽게 출산하는게 좋기는 하지만 흠.. 글쎄 아이는 점점 크는데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어쩔수 없는 선택이지 싶다. 임신 주수에 맞는 유도분만이기도 하니 너무 부담 갖고 생각할건 아니라 본다.
아 그러고보니 이번엔 사진이 없네..ㅎㅎ 심쿵이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고 했는데 아마 그래서 없나보다. 이제 곧 바깥공기를 마시며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실감이 나는지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는데 이게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단다. 불과 3주전 친척들이 무섭지 않냐는 물음에도 별 생각 안난다고 했었는데.. 입원 날짜가 잡히고 보니 이제 막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듯 하다.
별 탈 없이 잘 될거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D-1이다. 아무쪼록 엄마 심쿵이 둘 다 건강하게 서로 만나길 바래본다.
12.23 병원방문
다음날이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유난히 병원이 복잡했다. 사람도 많고 대기시간도 꽤 길었다. 뭐 별 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심쿵이 보러 바로 들어갔다.
이제 지도 슬슬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때인 것을 알았는지 엄마 등을 바라보며 거꾸로 딱 자리 잡고있었다. ‘아.. 이제 당분간 초음파로 얼굴을 보기가 힘들겠구나’ 했다. 아쉽긴 했지만 인증샷은 아빠 닮은 상완 인증샷 ㅎㅎ 실제로는 조그마할텐데 사진으로 보니 우람해보인다. 진짜 운동 시킬까..
신체 치수는 BPD 8.98 AC 31.37 FL 6.46 2.5kg 이다. BPD 기준으로는 예정일이 2주가량 빠르고 AC나 FL, EFW로는 1주가량 빠르다. 2주전 2kg대였던걸 보면 2주사이 폭풍성장 한셈.. 이 추세면 다음 병원 왔을땐 3kg가 되어있을거 같다 -.-;;
다음 방문할때 막달 검사를 하자신다. 다음 방문즈음 부터는 언제 출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라며 슬슬 출산준비를 하라는 암시를 주시는듯 하다. 사실상 다음 방문이 36주차.. 9개월 넘어 10개월에 접어들때니 그렇긴 하겠다.
요사이 자면서 부쩍 다리에 쥐도 잘나고 속쓰림을 호소한다. 그와 더불어 심쿵이의 태동은 끊이지를 않는듯.. 출산이 다가오면 태동이 줄어든댔는데… 이걸 보면 아직 출산 임박이 아닌건가?? 너무 씩씩하게 태동한다고 아픔에 몸서리를 치는중.. 가끔 배 밖으로 불룩 하고 발이나 손같은게 느껴지는데 그런게 만져질때마다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잠자는것도 어떤 자세를 해도 불편하고 게다가 밤에 잠도 잘 못자고.. 그나마 일을 안다니니 졸릴때 아무때라도 잘 수 있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
이제 슬슬 육아용품들 정리를 하고있는데 주변에서 이것저것 챙겨줘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지인들이 쓰던거 물려주는 물품들도 있고 심지어는 새걸 사서 보내주기도 한다.. 허허 ‘이거 받으면 뭘 얼마나 또 해야할지’ 라는 생각을 심쿵이 엄마가 하곤 하는데.. 흠 그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베이비 페어를 한대서 겸사겸사 카시트도 살펴보고 하려고 나가 봤는데 살만한 물건들은 딱히 없었던지 손수건 10장 사고 끝냈다. 카시트도 심쿵이 엄마가 눈여겨 봤던 브랜드가 안나와서 그런가보다 하고있었는데.. 카시트 판매하는 분들 이야기를 듣고 선택 기준이 살짝 바뀌었다. 카시트가 회전이 되는게 있던데.. 엄마가 옆에 앉고 회전 카시트를 쓰면 애를 차안에서 돌보는데 수월하다는것. 가격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비싼거 같던데.. 어차피 카시트는 다른 물건들이랑은 달리 한번 사면 비교적 오래 쓰는거기 때문에 가격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편하고 좋은걸로 사라 이야기를 했다.
1월이 되니 이제 나는 ‘출산 당직’ 체제로 들어갔다. 뭐 거창하게 당직이라고는 했지만 우스개 소리로 ‘5분 대기조’ 라고 부르기도.. 첫 임신이라 더 불안한거 같긴 하지만.. 어떤 돌발 상황이 어떻게 올 지 몰라서 여차 하면 바로 병원으로 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것. 심쿵이 엄마는 출산가방을 준비했고 나는 퇴근후 바로 집으로.. 운전을 해야하니 술 약속은 물론 집에서 혼술도 금지상태다. 길면 한달정도 이생활을 하겠지 아마.. 짝궁도 하루에도 몇번씩 ‘빨리 출산 했으면…’ 과 ‘그래도 40주는 다 채워 나왔으면…’ 두가지 생각이 왔다갔다 한단다. 근데 뭐.. 그게 맘처럼 되나 ㅎㅎ
출산임박과 더불어 이름을 고민하는 중인데.. 한글 이름중 ‘안’씨와 어울리면서 발음하기가 쉬운 좋은 이름을 고르려고 보니 마땅한 이름이 많지 않아 걱정이다. 별 이 들어간 이름은 은별(이건 한자가 들어가긴 하지만..) 샛별 한별 정도인데 맘에 드는건 샛별 한별 그치만 한별은 안씨가 들어가면 발음이 애매하다 ㅡ.ㅡ; 그 외에 다른 후보 이름들도 있는데 이건 당분간 좀 더 고민 해봐야겠다 ㅎ
준비 한다고 이것저것 챙기고 사고 하긴 하는데도 뭔가 애매하다 싶은 느낌이 든다.. 그치만 뭐 처음에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건 아니니 출산하고 차츰 구비하면 되겠다 싶다. 건강하게만 나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