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계절 (부제: 좌충우돌 촬영기)

지난 금요일인 26일. 출근하려고 양치질 하고있는데 문 밖에서 노크를 한다. ‘소담이가 똥쌌나?’ 싶어 문을 열었는데 초췌한 짝궁이 나를 보고 오늘 휴가 쓰면 안되겠냐고 묻는다. 밤새 소담이와 씨름하느라 수면이 부족했는지 머리도 띵한상태.. 그러겠노라 하고 사무실에다가는 급히 오늘 휴가를 쓴다고 공유하고 휴가를 냈다. 소담이를 받아들고 짝궁은 들어가서 자라고 해서 보냈다. 그렇게 나의 주말은 하루 일찍 시작되었다.

오전에 잠을 좀 잤는지 짝궁은 컨디션이 조금은 좋아진 모습으로 ‘반차 쓰라 그럴걸 그랬나?’ 라고 말한다. 흠.. 반차라 까이꺼 그냥 하루 퉁친거 놀자. 이러고 앉았는데 바깥 날씨가 소위 ‘역대급’ 하늘인것이다. 집이 남향 건물이라 집에서 한라산이 보이는데 한라산의 나무들 디테일이 쨍 한것이 이런 하늘은 일년에 한두번 정도밖에 볼 수 없는 하늘이 될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슬쩍 짝궁 눈치를 살피고 운을 뗐다.

나 생일선물 딴거 필요없다. 내일 (27일) 소담이 재우고 취미생활 좀 할게

짝궁의 콜 싸인이 떨어졌다. 그런데 어라? 역시나 이런 하늘을 놓치고 싶지 않은지 함께 별을 보는 동호회분 두분이 계신데 오늘 모처에서 함께 별을 본단다. 아.. 어 음… 다시 슬쩍 이야기했다.

소담이 재우고 오늘도 잠깐 나갔다 올 수 있어

그렇게 주말 이틀간의 좌충우돌 별빛방랑이 시작되었다. 하늘 상태로 봐선 10인치 돕소니언도 들고 나가서 함께 관측도 하고있었으나 욕심(?) 부리지 않기로 하고 피기백 적도의인 SkyMemo S와 카메라만 챙겨 나왔다.

풍경이 함께 담긴 은하수 사진을 찍으려고 평소 5.16도로변 점찍어둔 장소로 향하는데 모이기로 한 분들 아직 보고있으려나 싶어 모임 장소로 갔더니 해산하는 (내 일행이 아닌) 분들이 계시고 그 외엔 없는걸로 보아 해산하신듯 했다. 그대로 내가 찜해둔 장소로 가려고 차를 타고 계기판을 봤는데 아뿔싸…

주인놈아 나 배고프다

차에 주유경고등이 들어와 있던것이다. 시간은 새벽 한시.. 24시간 여는 주유소는 반대방향으로 22km거리… 어쩌겠나.. 사진찍고 돌아올때 퍼지는것보다야 차를 돌려 주유해야지. 기름 바닥나서 퍼질까봐 조마조마하는 심장을 부여잡고 최대한 악셀링을 자제하며 주유소로 가서 주유를 했다. 그러고 나서 고민이 들었다.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기왕 나오기도 했고 다시 또 언제 나올 수 있을지 몰라서 못먹어도 가서 딱 한장만 찍더라도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도착하니 시간은 새벽 두시반 가량.. 주유하느라 한시간 넘게 길바닥에서 소비했던것이다. 밤중이라 지나다니는 차는 그리 많지 않겠지 싶어 도로 주변에 장비를 설치해서 찍기 시작했다. 망원경을 가져간게 아니라 세팅도 간단히 끝냈고 하늘을 보니 여기서 이정도면 대박 하늘 맞다 싶다.

장비 세팅하고 남쪽을 봤는데 아뿔싸.. 남쪽 하늘이 생각만큼 개방이 되어있지 않았다. 원래 의도한건 남쪽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은하수를 찍고싶었는데.. 그 모습은 담기 힘들듯 했다. 거기다가 차량 통행은 생각보다 많아서 보통 한컷에 3분 노출 주는데 그 사이 차가 한두대씩은 꼭 지나갔다.

‘아.. 무리해도 첨 생각했던 미악산이나 가볼껄’ 이러며 쌀쌀해서 가져갔던 버너에 물을 올려 인스턴트 커피 한잔을 마셨다. 툴툴 거리며 기왕에 온거 궁수자리 주변과 전갈자리 주변이나 좀 찍고 철수해야겠다 싶어 구도를 맞춰 찍는다.

지나가는 차의 상향등 영향인지 눈으로 봤을때보다 하단의 광해가 좀 심했다. 시간을 보니 세시반쯤.. 그래도 네시즈음엔 들어가야 미움을 덜 받을거라 생각하고 철수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예전 같았으면 해뜨고 들어갔을터;;) 다음날 다시 나갈것을 고려해서 장비는 차에 두고 카메라만 들고 정리했다. 정리중 짝궁이 방 문을 열고 나오는데 푹 잔듯한 모습. ㅎㅎ 다행이다 싶었다. 갔다 왔는데 잠을 제대로 못자고 초췌한 모습이면 많이 찔렸을거 같다. 저렇게 고생하는데 난 속없이 취미생활이나 하러 다니고..ㅎ

그렇게 기름때문에 정신없이 보낸 다음날. 소담이를 재우고 이번엔 10시쯤 나섰다. 낮에는 어제 못지 않은 하늘을 보여줬었는데 그 사이 습도가 올라간건지 어제만큼의 은하수를 보여주진 않는듯 했다. 이번엔 목표로 했던 미악산을 가기로 했다. 해군 레이더 기지가 있는 오름이긴 하지만 임도로 정상 턱밑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다 사진으로 봤을땐 바다쪽이 탁 트여 내가 찾는 뷰로는 적당하겠다 싶어 간 미악산.. 어제의 실패를 만회하겠다 싶어 갔는데…

차를 세우고 장비를 주섬주섬 꺼내 야간 산행을 하려는데 개 짖는 소리가 요란히 들려온다. 부대에서 키우나 싶어 개의치 않고 준비하는데 ‘으르르’ 하는 개 짖기 전 그로울링 소리도 들린다. ‘이상하다.. 이 소리가 들릴 거리가 아닌데’ 싶으면서 떠도는 들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눈에 보이진 않기에 여차하면 삼각대로 후려칠 생각을 하고 나섰다. (등산로 반대편에서 들려서 오르는덴 큰 문제 없었다.) 그렇게 3분정도 올라가니 정상이라고 적힌데를 봤다. 바닥은 데크 (별 사진 찍을때 바닥이 데크이면 움직일때마다 데크도 함께 흔들려서 좋지않다) 인데다 남쪽으론 숲이 울창하다.

이상하다 싶어 다른쪽 (B 코스 정상이라고 적혀있다) 길로 가면 내가 원하는 장소가 나오나 싶어 5분가량을 가는데 보이질 않는다. -_- 얼마나 더 가야할지 가늠도 되지 않고 개는 짖고 그래서 다시 차로 돌아왔다. 순간 ‘멘붕’의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허탕인가 이러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자주 찾는 장소로 차를 돌렸다. 대략 30분정도 거리이다.

관광객도 종종 찾는 장소인데다 자주 찍는 곳이라 좀 다른곳에서 찍고 싶었으나 딱히 대안이 없었다. 군산 을 가는 방법도 있긴 했으나 왠지 여기서 더 망하면 안되겠다 싶어 가던데를 다시 골랐다. (군산은 딱 한번 가봤는데 바다와 딱 붙어있는 뷰라 생각한 사진이 나올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렇게 어제 집에 돌아갔던 시간과 얼추 비슷할때까지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사진을 점검하는데..

앞으로 또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조바심떄문이었을까..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대상을 담으려고 했나 싶다. 촬영 매수가 모자라 어느것 하나 깔끔하게 작업이 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천체사진은 별이 일주하는 속도에 맞춰 별을 추적해주는 장비로 사진을 여러장 찍어 데이터를 확보해서 그 정보들을 겹쳐 신호대 잡음비인 SNR을 높혀 찍곤 한다)

어제 찍은 사진보다도 디테일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ㅠㅠ 보통은 한 구도로 한시간남짓 좀 길면 한시간 삼십분정도를 찍는데 이날은 각각 삼십분도 노출을 채 못주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늘 상태가 그래도 평소보다 양호하니 괜찮겠지 싶은게 더 화근이었나보다.

백조자리와 거문고자리 부근

그나마 천정에 있는 대상은 볼만한 수준으로는 나왔으나 여기도 데이터 부족.. 언제 또 나갈진 모르겠지만 아쉬워도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사태가 왔다. 하긴 뭐 이렇게 해야 취미 활동이니.. 이러다가 원하는 사진이 나올때 그 맛으로 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은하수 배경으로 V

한밤중 빛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없는데 혼자 있으면 무섭지 않냐는 사람들 말에 ‘사람이 있는게 더 무서워요’ 라고 한다. 혼자 있으면 심심해서 사진 찍는 동안 별 볼 장비도 있고 앉아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 들으며 게임도 하고 저렇게 사진 놀이도 하고 하다 보면 시간 금방 가더라..

오름 남쪽 하늘 일주사진

카메라 두개를 들고가서 하나는 가이드(추적)촬영 걸고 다른 하나는 이처럼 일주사진 촬영을 걸어놓는다. 일주사진을 걸어놓으면 좋은점은 여러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록 가이드 촬영처럼 화려하게 보이진 않지만 위 V사진처럼 놀수도 있고 아래와 같이 타임랩스를 만들수도 있다.

적고보니 장비 이야기를 따로 써보는것도 좋을듯 한데.. 기약 없다 일단 킵해두고 적어봐야겠다.

아직은 은하수가 자정즈음이 되어야 볼만큼 올라오는데 여름이 되어갈수록 올라오는 시간이 점점 앞당겨진다. 그야말로 은하수의 계절이 돌아오는 셈이다. 그러고 나면 전국 포인트 곳곳에서 이런 은하수 사진을 찍는다고 사람들도 몰려들 것이고 취미가 사진이냐 별이냐에 따라서 서로 볼멘 소리도 조금씩 들려올 듯 하다. 그치만 그 장소도 장소거니와 밤하늘엔 주인이 없는법. 작년 페르세우스유성우땐 일부 지역에서는 전조등을 끄고 관측지로 들어가던 차가 누워 별보는 사람을 칠뻔한 적이 있다는데..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이런 문제 덜고 함께 재밌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혼자 이렇게 눈치보며 찔끔찔끔 나가는 낙에 살고 있다. 아까 슬쩍 소담이 밤잠이 길어지면 또 보내주겠지? 이랬는데 어림도 없단다 ㅋㅋ 그래도 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이런기회에 한번 두번 내보내 줄거라는걸.. 그런면에선 결혼 참 잘했다 싶다. 취미를 존중해주니깐.. 🙂 어여 소담이가 커서 같이 캠핑나가 별도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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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0일

어느덧 출산후 3개월이 훌쩍 지났다.
소담이는 생후 한달여 중 대략 이주 쯤 안되게는 병원 및 조리원에서, 그리고 나머지 이주 가량은 외할머니댁에서 지냈다. 그렇게 3월이 되었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 함께 지내고 있다. 물론 중간에 엄마가 무지 힘들다 싶을때 1주 가량 다시 처가에 내려가기도 했었다. (일명 엄마찬스.. 내겐 장모님찬스)

애 키우는게 이런거구나 싶은 요즘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육아헬‘ 이라고 말하던게 왠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나야 주중 출근하는 핑계 그리고 그걸 배려해주는 소담 엄마덕분에 밤에 잘땐 따로 떨어져 자서 덜 힘들지만 초기 신생아땐 오밤중에도 한두시간마다 수유를 하고 하는것을 보노라니 내가 시간될땐 내가 보고 쉬게 해야겠단 생각이 절로 들더라..

무튼 그래서 퇴근하고 들어와 왠만하면 내가 소담이를 보려고 하고는 있지만 짧다.. 집에 들어오면 얼추 7시.. 저녁먹고 씻고 하다보면 어느새 잘 시간. 내가 일 하고 있을 동안 애와 씨름하고 있을 소담 엄마를 생각하면 내가 좀 더 돌보고 싶은데 시간이 짧더라.. 그러다보니 주말에 마사지를 받으러 보내놓고 내가 본다던지 혹은 낮잠을 자라고 들여보내놓고 내가 보곤 하는데 이것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으니 아쉬울 따름..

사실 이 한계라는게 처음엔 모유가 얼마 나오질 않아 걱정했는데 지금은 (물론 소담 엄마는 양이 아직도 적다고 걱정이다) 분유를 먹지 않아서 걱정이다. 모유도 먹고 분유도 먹고 그러면 정 힘들땐 엄마는 쉬고 소담이는 내가 보면서 분유를 타 먹이면 되는데 그게 안되니… 오로지 엄마 맘마다. 소담 엄마는 양때문에 걱정인데.. 글쎄? 애 몸무게는 꾸준히 늘고있고 싸는것도 잘 싸는걸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거 같다. 물론 투정이 좀 심하긴 하지만.. 그게 배고파서 그런건지 졸려서 그런건지 아님 불쾌지수가 높아서 그런건지 알 길이 없다. 아 졸려서 그런거랑 배고파서 그러는거는 어느정도 분간이 가긴 하나.. 그게 100% 맞겠나 싶다.

그렇게 둘만 있었던 공간에 셋이 그리고 소담이 위주로 맞춰 살아가고 있다. 빡센 육아도 육아고 체력도 고갈되어가는게 느껴진다. 배고프다고 투정부리거나.. 특히나 밤에 잠도 안자면서 졸리다고 투정 부릴땐 무척이나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하고 우리 둘이 함께 살면서 집에서 이렇게 육성으로 웃어본적이 몇번이나 있나 싶기도 하다. 100번 힘들다가도 한번 소담이가 웃어주면 피로는 날아가는것 같고 엄청난 소리의 방귀를 뀌거나 모유먹고 트림시키는데 내가 하는 그것과 비슷한 소리가 나면 정말 육성으로 함께 껄껄대기도 한다.

그렇게 땀도 흘리고 웃기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소담이는 몸무게가 7키로에 가까워져 가고 밤잠도 이젠 제법 잔다. 10시쯤 잔다고 치면 처음 깨나는 시간이 대략 새벽 서너시다.. 내리 대여섯시간은 자는셈. 그러고 보니 어느덧 100일.. 100일의 기적이 이런건가 싶기도 했는데..

뭐 여튼 백일은 간소하게 집에 차려놓고 직접 100일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나름 엄마 아빠의 손이 들어간 100일상인데 나중에 본인 사진 보고 뭐라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ㅎㅎ 집이 남향이라 배경정리는 간단히 천을 창가에 매달아 놓고 역광으로 촬영했다. 반대쪽으로 놓고 순광으로 찍을까도 했었는데 이 편이 조금 깔끔한거 같다. 조금 더 커서 목을 완전히 가누게 될 때쯤 셀프 스튜디오라도 데리고 가서 찍어줄까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뒤집기를 시작했다. 뒤집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백일의 기적으로 보였던것은 백일의 기절로 된건가 싶다. 이번주 부쩍 잠투정도 심해지고 밤에 잠도 깊게 자지 않는편..

뒤집고 나서..

간혹 백일이 좀 지나고 나서 이런 시기가 찾아온다고 하던데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진리는 안다. 뭔가 편해진게 생기면 또다른 무엇인가가 찾아온다고.. 아마 다시 잠을 잘 자기 시작한다면 그땐 수시로 뒤집는것을 확인해야 하는거 아닐까 싶다. 숨이 막히지 않게.. 잘때는 뒤집지 못하게 할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거 같기도 하다.

하루가 다르게 크고있는게 보이고 게다가 이 시기 잠깐 한눈 팔면 이 시기는 다신 오지 않기에 오버를 해서라도 되도록이면 많은 기록을 남기려고 하고 있다. DSLR이 거추장 스러워 스냅용 카메라를 하나 사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지금은 보류를 하고 있는 장비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필요하다 싶을때 점지해둔 카메라를 살거다. 갤럭시S7 카메라도 꽤나 좋더라.. 특히 동영상은 4K를 지원하다보니 용량만 받쳐준다면 굳이 동영상용 바디를 따로 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OSMO에 눈이 가는건.. 아마 소담이가 걸음마 할때쯤이면 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엄청난 고생을 하며 낳았고 소담이는 그야말로 젖먹는 힘을 써가며 지내서 어느덧 100일까지 잘 커 왔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만 준다면 더 이상 바랄건 없을거 같다. 아니.. 바랄건 좀 있을거 같다 ㅎㅎ 투정을 좀 덜 부린다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