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9 16주차 태동
언제부턴가 슬쩍 이야기를 하던게 배에서 뭔가 툭 하고 느껴졌단다. 짝궁은 ‘이게 태동인건가?’ 라는 이야기로 운을 떼어 보려다 ‘에이 첫 임신은 태동이 와도 잘 못느낀대. 그리고 아직 태동이라기엔 시기가 일러’ 라면서 태동이 아닌 다른거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심 태동이라는 기대감을 지우지 못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 기대감에 부흥하여 ‘심쿵이가 활달해서 그런거야. 뱃속에서 싸커킥 했나보지’ 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부정을 하진 않더라…
다음날 출근해서 일하는 와중. 사실 짝궁은 전날 두통때문에 낮잠을 길게 자버려서 밤잠을 설친상태. 컨디션이 좋은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방금 또 느껴졌다며 카톡을 보내왔다.
꿀렁거린다는걸 보니 몸을 움직였나 싶다. 자면서 꿈을 꾸며 뒤척이는건지..ㅎㅎ 아무튼 임신 16주차에 딱 맞춰 태동을 느끼니 짝궁도 컨디션이 안좋음에도 불구하고 기분만은 좋나보다 🙂
08.31 청진기 구매
태동은 꾸준히 있는 상황. 하지만 어제 가족에게 안좋은 일이 생겨 짝궁이 이래저래 심적으로 힘들어 하고있었다. 슬픔과 함께 ‘훗날 우리도 저러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이 함께 있나보다.
태동 말고도 우리가 심쿵이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와중에 문득 든 생각이 바로 ‘청진기’ 였다. 요샌 스마트 청진기 라고 해서 블루투스로 연결이 되고 청진기의 다이아프램(아마도 센서 겠지만..)을 통해 들어오는 신호를 핸드폰과 연동해서 이런 저런 정보를 주는 기기가 있는듯 하다.
스마트한 기기라 편의성은 좋겠지만 다양한 소리를 담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좀 오버 스럽긴 하지만) 일반 청진기를 구매 하기로 했다. 사실 오버 하는김에 심혈관용인 리트만 카디올로지 시리즈를 살까 했는데 정말 이건 오버인듯 해서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및 간호사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리트만 클래식2로 결정했다. (이정도면 스마트 청진기보다 저렴하다)
들어보니 아직 심장소리는 내가 찾지를 못하는건지 아니면 심쿵이가 아직 어린건진 모르겠지만 듣지 못했다. 대신 양수속에서 헤엄치며 툭툭 건드리는 소리는 잘 들리더라. (뱃속 장기소리와는 사뭇 다르다)
09.02 병원방문
한달이 지나 병원 진료를 받았다. 집에 안좋은일이 겹쳐 짝궁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영향을 받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조금 하긴 했었다. 18주차 심쿵이의 머리(BPD)는 4.13cm 배(AC)는 14.05cm 허벅지 뼈 길이(FL)는 2.79cm로 평균만큼 잘 자라고 있단다. 초음파를 보고 있을때 자고있었는지 저번달 만큼 움직임이 크진 않았다.
신체 기관들 척추나 늑골 간이나 신장같은 기관들을 보여줬다. 이제 슬슬 갖출것들은 다 갖춘 모양새다. 심장도 잘 뛰고있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지 초음파로 살짝 깨워서 찍었다. 손을 이마에 대고 자는듯한 모습. 주변에 보여주니 대다수가 심쿵이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겠단다. 심지어 심쿵이 엄마마저도..ㅎㅎ 내가 봤을땐 딱 이마며 눈이며 코며 입이 보이는데.. 왠가 했더니 얼굴만 나온 사진이라는걸 몰랐다는것. 이 안에 태아의 몸 전체를 보려 했으니 당연히 그려지지 않을수밖에.. 16주차때 태동을 느꼈다니까 원장선생님이 무지 빠르다고 말씀주셨다. 예민해서? 아니면 지방층이 얇아서? 아님 심쿵이가 활발해서? 난 활발해서 라고 생각하련다.
다음번 방문은 4주후. 그땐 정밀초음파로 발달 상황을 하나하나 보기로 했다.
초음파를 보고 병원을 나서는데 곤히 자는걸 깨워 심통이 났는지 엄마 배를 크게 한번 툭 치고는 이후로 반응이 없었단다. 나 닮아서 뒤끝 오래가면 고생하는데…
주말에는 정우네 가족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짝궁이 나 말고는 딱히 나가서 만날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정우 엄마인 초희님도 비슷한 상황인지라 두 가족이 조금씩 어울려보면 좋을거 같아서 윤표님과 약속을 잡았던것. 애들 나이도 또래가 될거라 (한 일년 좀 더 차이나긴 한다) 함께 크면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짝궁 컨디션이 괜찮을때 이렇게 주변 분들과 만나 식사하는 자리를 조금씩 가져보는것도 짝궁에게도 심쿵이에게도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